메트너,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연주... 늦가을 낭만과 감성 자극
객석의 뜨거운 호응에 눈시울 붉히며 눈물 보이기도
앙코르곡으로 바흐의 감미로운 플루트 소나타' 켐프 시칠리아노' 연주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피아니스트 최현아의 피아노 선율이 가을밤을 수놓았다.
17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멜로디 오브 러시아(Melody of Russia)' 주제로 열린 최현아 피아노 독주회는 러시아 음악의 새로운 시선과 깊이 있는 음악세계를 선보였다.
러시아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메트너,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1,2부로 나눠 차례로 연주됐다.
먼저 러시아의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 보석 같은 작품을 남겼다는 메트너의 '잊혀진 선율(forgotten Medlodies 1 Op.38)' 가운데 회상소나타(No.1 Sonata reminiscence)가 연주됐다. 이 곡은 1개의 단악장 소나타와 7개의 소품으로 구성돼 있다.
늦가을 낭만과 감성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선율에 취한 듯 숨죽였던 객석에서는 14분에 걸친 연주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음으로 러시아의 색채가 두드러진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소나타 4번이 피아노 선율을 타고 흘렀다. 이 작품은 프로코피에프가 1913년 불우하게 세상을 떠난 친구이자 연인을 추억하며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슬픈 감정이 다소 짙게 배어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드러났다. 최현아는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나지막이 건반을 두드렸다.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감성을 잘 드러낸 보칼리체(Vocalise, Op.34, No.14)가 무대를 장식했다.
보칼리제(Vocalise)는 '가사가 없는 노래'라는 뜻으로 허밍이나 모음으로만 부르는 일종의 성악 연습곡을 말한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감정의 서사가 극강의 아름다움을 띄고 있는 형식이다.
이날 연주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역시 적막하고 우울한 잿빛의 분위기를 운율적인 요소와 다양한 음역을 활용해 감정의 깊이를 보여줬다. 특히 최현아의 강약을 조절한 연주가 돋보였다.
마지막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Variation on a theme of Chopin, Op.22)이었다. 이 작품은 C단조의 슬픔 위에 라흐마니노프의 독특한 영감과 색채가 가미된 걸작으로 라흐마니노프가 쇼팽에게 느낀 존경과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뛰어난 피아노 기교와 감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그의 피아노 작품 중 최초의 큰 규모 곡이다.
공연을 마친 피아니스트 최현아는 "러시아 특유의 색채감을 선보이면서도 전통적인 음악 계보를 계속해서 갈망했던 러시아 근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공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함성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냈다.
최현아는 천상의 아리아처럼 부드럽고 감미로운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 켐프 시칠리아노(Kempf siciliano)를 앙코르곡으로 화답했다.
이날 밤 8시부터 100분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최현아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악을 악보 없이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