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갱년기 '고민'... 유쾌하게 풀어내
40~50대 여성들에게 강한 유대감과 깊은 공감을 주는 이야기
중간중간 배우들이 객석에 내려와 관객과 어울리며 몰입도 높여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완경기(폐경기) 여성들의 유쾌한 수다가 110분간 이어졌다.
12일 밤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메노포즈(menopause)>의 막이 올랐다. '메노포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폐경기'를 말한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삶의 이력을 지닌 갱년기 여성 네 명이 극중 등장인물이다.
조금은 푼수 같지만 지혜를 겸비한 전형적인 현모양처이나 최근 호르몬 이상으로 우울증이 생긴 '전업주부' 역은 신봉선이 맡았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부쩍 심해지는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이혼한 여자 '전문직 여성' 역에는 문희경이 무대에 올랐다.
우아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전성기를 그리워하며 자기 관리에 몰두하는 '한물간 연예인' 역은 이아현이 맡아 열연했다.
남편과 교외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살지만 혼자만의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사는 '웰빙 주부' 역은 민채원이 연기했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이들은 우연히 백화점 속옷 세일 매장에서 만나 서로의 공통된 고민을 알게 되고 함께 고민을 나누고 공유하며 정체성을 찾아간다.
기억력 감퇴, 발열, 홍조, 성형수술, 호르몬, 성욕 감퇴 등등... 완경기가 가져다 준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갱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스런 얘기들을 스스럼없이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수다는 꽤 수위가 높고 수시로 18금 무삭제 발언 수위를 넘나들었다.
'전업주부' 역을 맡은 신봉선이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는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객석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특유의 억센 사투리의 경상도 '아줌마'로 변신한 신봉선의 입담에 두 시간 내내 웃음과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극중 인물들은 호르몬의 변화로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지만 "걱정없어. 나 할 수 있어" "난 다시 태어났어"라고 외치며 갱년기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40~50대 여성들에게 강한 유대감과 공감을 주는 얘기였다.
1994년 한 잔의 와인을 들이킨 뒤 느꼈던 폐경기의 안면홍조에서 영감을 받아 뮤지컬 <메노포즈>를 집필했다는 작가 지니 린더스(Jeanie Linders)는 이 작품에 대해 "드라마가 아니라 여성의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이 공연을 보고 웃지 않았다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공연 리뷰 기사에서 썼다.
흥겨운 뮤지컬 넘버들이 또한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Only you' 'YMCA' 'Stayin' Alive' 'What's love got to do it' 'New Attitude' 'Lion leeps Tonight' 등 익숙한 멜로디의 60~80년대 팝송들은 중년의 향수를 자극하며 감수성을 건드렸다. 상황에 맞게 개사한 곡들이 관객들에 웃음을 선사했다.
문희경과 민채원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새삼 놀라웠다. 공연 중간중간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어울리기도 했는데 신봉선의 인기가 실로 대단했다. 이아현은 무대 위에서 이쁜 척은 다하더니 실제 모습도 '역시 배우는 배우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곱고 아름다웠다.
네 명의 배우들은 두 시간 가까이 유쾌한 입담과 흥겨운 무대로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물했다.
91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이날 공연장에는 박미선, 이성미 등 신봉선의 선후배 동료 방송인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