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국가보훈부의 주먹구구식 보상금 예산 운영이 국회의 지적을 받았다. 

3조5000억원에 이르는 보훈부의 주먹구구식 보상금 예산 운용이 나아지기는커녕 다른 사업의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정무위 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예산심의에서 "국가 유공자 숫자가 줄면서 보상금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혼선이 관행처럼 자리잡아서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과다 계상된 남는 예산을 쌈짓돈마냥 이리 저리 이·전용하는 바람에 전반적인 보훈부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이 과다 계상되는 만큼 보상금 예산의 불용액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훈부가 김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상금 예산 집행 잔액은 2020년 30억원에서 2021년 246억원, 2022년 705억원, 2023년 675억원으로 3년 새 20배 넘게 늘어났다.

올 8월 말 현재 집행되지 않은 잔액이 1조207억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도 보상금 예산 잔액이 많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보상금 예산의 이·전용 규모는 불어나고 있다.

이·전용 예산액은 2019년 12억200만원, 2020년 20억200만원, 2021년 245억6500만원, 2022년 351억5300만원, 2023년 642억4700만원, 2024년 8월 현재 42억8300만원으로 나타났다.

보상금 예산의 이·전용 용도와 범위 또한 다양화하고 있는 걸로 밝혀졌다.

보훈병원 진료비부터 6.25자녀수당, 참전명예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 심지어 제대군인전직지원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해에 걸쳐 상습적으로 보상금 예산을 이·전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2019년부터 올 8월 말까지 보상금 예산의 이·전용액은 ▲6.25 자녀수당 493억7700만원 ▲보훈병원 진료비 348억800만원 ▲위탁병원 진료비 137억7300만원 ▲참전명예수당 86억4000만원 ▲제대군인전직지원금 81억9800만원 ▲제대군인의료지원비 12억8400만원 ▲재해보상금 12억7400만원 ▲무공영예수당 2억8200만원 ▲영주귀국정착금 2억1800만원 ▲사망일시금 3993만원 ▲4.19혁명공로수당 37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김현정 의원은 "보상금 예산의 다른 용도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각종 수당과 전직지원금, 정착금, 진료비 예산 등이 과소 편성이 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 예산심의 때 보상금 예산의 불용과 이·전용 예산액 예상해서 증액과 감액 규모를 정해야 한다"며 "보상금 예산을 과다 계상해 진료비나 수당, 지원금 등으로 이·전용하기보다 다른 예산 편성에 신중을 기하고 보상금 예산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내년도 보상금 예산 역시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은 "보상금 예산이 매년 남아돌고 전용을 위한 뭉칫돈인양 편법으로 운용돼 왔음에도 정부는 내년도 보상금 예산을 올해보다 3.2% 늘어난 3조5807억원으로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나이들어 사망하는 유공자가 늘면서 보상금 지급대상자가 매년 줄어듦에도 보훈부가 올해보다 1579명 많은 19만434명을 기준으로 예산을 부풀려 편성한 이유가 대체 뭐냐"고 따졌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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