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4년 2개월이라는 재판 지연으로 윤 전 의원은 4년 임기 이미 마친 상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 되새기게 하는 대목
2020년 9월 정의연 사태 불거졌을 때 일부에선 이용수 할머니를 '토착왜구' 비난
정의연 "대법원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고보조금 반납을 곧바로 실행할 것"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민주당 전 국회의원에게 대법원에서 14일 유죄를 확정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이 사건의 재판을 질질 끌면서 윤미향 전 의원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지난 5월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기·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이날 확정했다.
정의기억연대는 판결 직후 대법원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판결에 따른 책임 이행으로 여성가족부 국고보조금 반납 등을 곧바로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기죄, 보조금법 위반죄, 업무상횡령죄, 기부금품법 위반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며 윤미향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윤 전 의원은 2011∼2020년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모금한 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서울시 보조금을 허위로 받아내거나 관할 관청 등록 없이 단체 및 개인 계좌로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이 가운데 1718만원에 대한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지난해 9월 횡령액을 비롯해 유죄로 인정되는 범위를 대폭 늘리면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날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윤 전 의원은 7958만원의 후원금 횡령,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명목으로 1억2967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금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
인건비를 허위로 계산해 여성가족부에서 652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기소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4년 2개월이 걸린 이번 재판은 '재판 지연' 문제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현역 국회의원은 임기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하지만 윤 의원은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임기 4년을 모두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재판이 4년 넘게 지연됐기 때문이다.
윤 전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 시작 4개월 만인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선고도 지난해 9월 20일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내려졌다.
이 사건은 윤 전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인 2020년 5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6) 할머니가 "정의연이 국민의 후원금을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쓰지 않고 있다"고 당시 윤미향 의원(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을 직격하면서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의기억연대와 민주당 안팎의 일부에서는 반성보다는 "윤미향은 김원봉, 이용수는 노덕술"에 빗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조롱·모욕하고 인신공격하는가 하면 "토착왜구" 등의 표현을 써가며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윤미향 전 의원은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돼 2021년 6월 민주당에서 출당 조처됐다. 윤 전 의원은 임기가 끝날 때가지 무소속으로 의원 활동을 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대법원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판결에 따른 책임 이행으로 여성가족부 국고보조금 반납 등을 곧바로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의기억연대는 지난 2020년 이후 운영상 부족했던 부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성찰과비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전반을 점검하고 조직을 재편하는 등 개혁을 위한 노력을 부단히 지속해 왔다"며 "덕분에 지난 4년 동안 국가 지원을 받지 않고 오로지 시민들의 피땀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는"이제 지난 4년 반 동안 채워졌던 무거운 족쇄를 풀고 더욱더 투명하고 엄정하게 내실을 다지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