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7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장에서 여야와 정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한미FTA 끝장토론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민사회 쪽이 회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특히 제한 없는 토론(끝장토론)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 이상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불참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과 한미FTA 저지 범국본 소속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 여는연구원장, 송기호 변호사, 이강실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은 회의 불참 선언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끝장토론회'의 실질적 보장없는 토론은 한나라당의 FTA 속도전에 들러리가 될 뿐"이라며 한나나랑과 민주당으 싸잡아 비판했다.
이들은 '여야 합의 없이는 토론을 종결할 수 없도록"하는 보장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말그대로 '끝장토론'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태인 원장은 "여야 합의없는 토론 종결은 있을 수 없다. 끝장토론의 본래적인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범국본은 토론에 참여할 수 없다. 한미FTA를 속도전으로 통과시키려는 한나라당의 수순에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야4당(민주·민노·진보·참여당)과 한미FTA 저지 범국본은 지난 12일 김동철 외통위 민주당 간사가 참석한 '한미FTA 야당공동정책협의회'에서 4개항에 합의했다.
합의된 4개항은 ▲시민사회와 정부가 참여하는 끝장토론회 개최 및 TV 생중계 ▲협정문 오류 정오표 공개 ▲위키 리스크 한미FTA 청문회 ▲협정과 충돌하는 국내법 취합 제출 등을 관철시킨다는 내용이다.
김선동 의원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김동철 간사는 이러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끝장토론회조차 법안심사소위의 법안 심사 절차로 합의해줌으로써 끝장토론이 한나라당의 FTA 속도전에 이용될 빌미를 제공했다"며 이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28일 한미FTA 상임위 처리를 예정하고 있어 또 한차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외통위 법안심사 소위는 한나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위원 구성도 한나라당 4명, 야당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태인 원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법안심사소위의 끝장토론회는 설령 공개된 장소에서 개최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토론이 종결되고, 그 이후 신속한 한미FTA 처리 절차를 위한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동 의원은 "지난 12일 야당공동정책협의회에서 합의한 4가지 선결조건이 전제되지 않고는 후속 진행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 의원은 "실질적인 토론을 보장하지 않고 법안심사 소위의 심사 절차의 하나로 끝장토론을 넣은 것에 대해 민주당 김동철 간사와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시간 제한 없는 실질적인 토론(끝장토론)을 공식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면 오늘 한미FTA 끝장토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범국본은 그러나 국회에 대기하면서 한나라당이 실질적인 토론을 보장하는 등 태도 변화를 보일 경우 즉각 토론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