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기업 포스코홀딩스 2조3007억원, 한국전력 1조1513억원, KT&G 8118억원 투자
집속탄 생산업체 LIG넥스원에도 4222억원 투자, 산재 기업인 SPC삼립에도 꾸준히 투자
공익성이나 사회 책임성보다는 수익률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 사회책임 투자 강화해야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국민연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 뒤 국민의 노후자금을 기금화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36년째 운용하고 있다.
2024년 9월 말 현재 1146조1000억원 기금이 쌓였다고 국민연금공단이 29일 밝혔다.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의 안정적인 성과 제고와 위험 분산을 위해 국내채권의 비중을 줄이고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해외주식 399조1000억원(기금 전체 자산의 34.8%) ▲국내채권 335조6000억원(29.3%) ▲대체투자 179조9000억원(15.7%) ▲국내주식 145조8000억원(12.7%) ▲해외채권 81조4000억원(7.1%) 등이다.
2020년과 비교해 국내주식 비중은 소폭 줄어든 반면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은 각각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렇게 해서 기금운용본부는 2024년 9월 말 기준 국민연금 수익률 9.18%, 운용수익금은 97조2434억원(잠정)을 기록했다. 1988년 이후 총 누적 수익금은 675조2000억원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자산별 잠정 수익률(금액가중 수익률 기준)은 해외주식 21.35%, 해외채권 6.97%, 대체투자 5.05%, 국내채권 4.09%, 국내주식 0.46%로 각각 집계됐다.
기금운용본부는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기술주 중심의 해외주식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채권가격 상승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9.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투자, 사모벤처투자, 인프라투자 등과 같은 대체투자 자산의 3분기 말 수익률은 대부분 해당 기간의 이자수익, 배당수익,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의한 외화환산이익이 반영된 것이다. 투자자산의 평가 변동분이 반영되지 않는다.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는 추후 연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여전히 대량살상무기·담배·석탄 등 환경오염·산업재해(SPC) 같은 심각한 부패 관련 기업, 이른바 '죄악주'에 6조원 넘게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노르웨이 , 스웨덴 , 네덜란드 등 주요 해외 연기금에서는 투자 배제 대상에 포함돼 있어 투자가 금지돼 있지만 국민연금공단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지난 10월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공단은 ▲환경오염 분야 기업에 3조557억원 ▲석탄 분야 기업에 1조1513억원 ▲담배 분야 기업에 8126억원 ▲대량살상무기(대인지뢰, 집속탄) 분야 기업에 5937억원을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공단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기업은 ▶환경 오염 기업인 포스코홀딩스로 총 2조3007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석탄 및 석탄 발전 업체인 한국전력 1조1513억원 ▶담배생산 업체인 KT&G 8118억원 ▶집속탄 생산 업체인 LIG넥스원에도 4222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에 대한 투자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0 년 이후 공단은 SPC삼립에 200억원대 규모의 투자를 유지해 왔다. 같은 기간 동안 SPC에서는 총 572건의 산업재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익성이나 사회 책임성보다는 수익률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엣더 6가지 기금운용 원칙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의 6가지 기금운용 원칙은 수익성·안정성·공공성·유동성·지속 가능성 그리고 운용독립성을 말한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기금운용을 함에 있어 공익성이나 사회 책임성보다는 수익성을 우선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용위원원회에서 2021년 5월에 탈 석탄 선언을 하고 나서 신규로 국내외 석탄 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투자는 지금까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소 투자 배제 외 나머지 '죄악주' 투자에 대해서는 기금위에서 아직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