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에서 부결될 경우 상설특검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여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이 달라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시 여권 이탈표를 노림과 동시에 부결에 대비,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될 수 없는 상설특검 방안까지 검토하자 국민의힘으로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의 해병대원 사망사건 TF(태스크포스) 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지난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상설특검법이) 법률적으로 다 가능하다"며 "채상병 특검법과 투트랙으로 할 지 어떤 것을 먼저 추진할 지 등 판단의 영역만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상설특검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현재 있는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설특검은 별도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통상의 특검법과 달리 이미 제정돼 있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선정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상설특검법은 법무부 차관 등 당연직 3인과 국회 추천 4인 등 총 7인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과반 의결을 통해 특검 후보자 2인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그 중 1인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 같은 국회 추천 몫 4인을 모두 야당에서 추천하는 내용으로 '국회 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리에서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을 택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기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 경우 상설특검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상설특검을 논의할 수 있지만 공식 의제는 아니다. 앞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대법원장 등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직접 여당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한 후보의 당선 여부가 최대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수정안 관련 협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후보의 뜻에 따를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여당 내부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정치권은 한 후보가 아닌 나경원 후보 등이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타격이 될 수 있는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어떻게든 막아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 국회 재표결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존재한다. 한 후보 편에 섰던 의원들이 반발 심리로 이탈할 수 있어서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간 법안은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 중 8명만 이탈하면 채상병 특검법을 막아낼 수 없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300과의 통화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언제, 어떻게 처리될지는 결국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한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점점 더 처리를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상설특검 추진 소식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힘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찰과 법원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있는 자는 일벌백계 하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배 원내수석은 특히 민주당이 상설특검법 활용시 추천위원회 7인 중 국회 추천 몫 4인을 모두 야당이 가져가는 내용으로 '국회 규칙'을 개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그는 "역으로 묻는다"며 "이재명 전 대표의 4건의 재판의 재판장을 검찰에서 추천하면 받으시겠나. 한일 축구전을 하는데, 일본에서만 추천한 주심을 인정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특검법이 정부에 의해 재의요구가 되고 결국 부결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마찬가지로 야당만 특검을 추천할 수 있다는 불공정한, 위헌적 조항 때문"이라며 "따라서 재의요구된 법안은 다시 국회 본회의에 오르더라도 부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