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매장 바닥에 맥주를 쏟는 등 '갑질'을 했다는 논란을 빚은 구청 공무원 4명 가운데 2명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된다.
2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대구 중구는 관내 치킨집에서 맥주를 쏟는 등 '갑질'을 한 공무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중구청 감사팀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들의 진술을 받는 등 조사를 마쳤으나 업주분은 만날 수 없었다"며 "업주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내용을 봤을 때 형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다고 봐,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 있어 경찰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징계에 관한 부분은 경찰 수사 결과 등이 나와야 정해질 것"이라며 "현재 해당 공무원들은 일상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언론에 나온 4명 중 일부 공무원들만 고발한 이유는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치킨집 업주 A 씨도 해당 공무원 2명을 협박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고소된 사람은 2명"이라며 "고발인과 고소인에 대한 조사를 먼저 마친 후 피고발인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구 중구청 소속 공무원 4명은 이른바 '치킨집 갑질' 사건을 일으켜 파문을 불러왔다. 해당 논란은 이달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대구 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 씨가 글을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B 씨는 해당 게시글에서 지난 7일 중구청 직원 일행이 가게 바닥에 일부러 맥주를 붓고 B 씨 아내에게 폭언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공무원들이 바닥에 맥주를 일부러 쏟은 뒤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 모르는 사람 없다"며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혼부부인 저희에게 한 줄기 희망조차 안 보인다"며 "너무 속상하고 무서워서 하소연해본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구 중구청은 지난 18일 구청 홈페이지에 구청장 명의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중구청 측은 사과문에서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중구청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해당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그리고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 말씀드린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른 모든 행정적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사건 당사자인 구청 직원들이 해당 영업점을 직접 찾아가 업주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이 과정에서 보인 부적절한 태도가 지적받으면서 '거짓된 사과'라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B 씨는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치킨집에 행패 난동 갑질 협박한 대구 중구청 X들이 다시 찾아가 사과했다는 장면"이라며 사진 2장을 공개했다. B 씨가 올린 사진에 따르면 남성 3명 중 한 명은 팔짱을 끼고 있고 다른 한명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나머지 한 명만 똑바로 서 있다. B 씨는 이 사진이 갑질을 한 중구청 직원들이라고 주장하며 "저게 사과하는 자세냐. 제가 46년 살면서 저런 자세로 사과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건 사과하는 자세가 아니라 싸우자는 자세"라며 "팔짱을 끼고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사과하는 사람 본 적 있느냐.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