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다수제는 정치공학적 후보 단일화 양산하고 투표율·득표율 모두 낮아지는 특성
대통령선거마저 대량 사표 발생, 반사이익 구조로 서로 죽고 죽이는 '혐오게임' 양산
대통령제 도입한 전 세계 국가 가운데 미국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 '결선투표제' 채택
"결선투표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합돼야 잘 기능할 것"... 4년 중임제로 개헌돼야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제안한 가운데 대선 결선투표제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민주당 이탄희 국회의원은 대선 결선투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새해 1호 법안으로 13일 대표발의했다.
대선 결선투표제는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자가 없는 경우 2주 뒤 다수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해 당선자를 가리는 제도다.
대통령제를 도입한 전 세계 국가 가운데 대부분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학계에서는 사실상 '글로벌스탠다드'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예외일 뿐 36개 나라들, 즉 프랑스, 독일, 폴란드, 오스트리아, 터키, 몽골, 슬로베니아, 러시아, 체코, 페루,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우크라이나 등 대다수의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는 '단순다수제' 방식이다. 단 하루의 투표로 2등보다 단 한 표만 더 받으면 5년 간 최고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1987년 대선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것처럼 대량 사표의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이를 경험한 유권자에게는 당선 가능성이 있는 양자 간 택일을 사실상 강요한다. 이러한 양자 택일, 반사이익 구조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혐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올인해 상대방을 악마화하는데 집중하는 혐오적 선거문화, 정치문화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다수제는 정치공학적인 후보 단일화를 양산하고 투표율, 득표율이 모두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실시된 8차례의 대선은 모두 2인 이상의 후보자가 출마했지만 전체 유권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일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투표율 63% 아래 득표율 48%로 당선됐다. 지지자가 전체 유권자의 30.5%에 불과한 셈이라 민주적 정당성 결여로 인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탄희 의원은 "반사이익 구조를 깨야 혐오정치가 끝난다. 반사이익 구조와 혐오선거는 대통령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기 어렵고 당선 이후의 국정운영을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선 1차 투표에서 반사이익 구조를 깨뜨려서 비전 경쟁을 유도하고 다시 2주 간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3위 이하 후보의 가치와 정책을 수용하고 연합하는 과정을 거친 뒤 2차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결선투표제' 도입 당위성을 역설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지속 제기돼 왔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2022년 2월 민주당이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등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당론 채택한 데 이어 최근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결선투표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합돼야 잘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처음에 가치와 정책의 연합체로 출발했던 정부가 중도에 독선으로 흐르더라도 국민이 중간투표를 통해 심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