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여류 명창 박월정의 생애, '극'으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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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류 명창 박월정의 생애, '극'으로 재조명
  • 이지연 기자
  • 승인 2024.11.13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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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소환 – 금홍아, 금홍아'... 23일 오후 마포 제일라이트홀
우리 판소리사에서 잊혀진 여류 명창 박월정. (사진=경서도소리포럼)copyright 데일리중앙
우리 판소리사에서 잊혀진 여류 명창 박월정. (사진=경서도소리포럼)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이지연 기자] 판소리사에서 잊혀진 명창 박월정의 생애를 극으로 재조명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경서도소리포럼이 오는 11월 23일 오후 5시 서울 마포 제일라아트홀에서 무대에 올리는 '100년 만의 소환 - 금홍아, 금홍아' 공연이 바로 그것.  

1927년 4월 20일 경성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성 소리꾼. 남도 단가로 목을 풀더니 이내 서도잡가 '배따라기'를 불렀고 이어 경기잡가 '제비가'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그 뒤 그는 1932년 11월 1일 '수심가와 수궁경개'라는 제목으로 경성방송국 음악 프로그램에 또다시 출연했고 북청조 '수심가', 평양조 '수심가', 황해도조 '수심가'를 연속 불렀다. 경기12잡가 가운데 '제비가'와 판소리 '수궁가' 중 '수궁경개'로 흥을 돋웠다.

전통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헌신했던 소리꾼 박월정에 관한 이야기다.

박월정(예명 박금홍, 1901~1950?)은 1920~30년대 국악계를 풍미했던 예술인이다. 조선 최초의 여성 중심 공연 '삼 여류 명창 공연 음악회'를 기획·출연하고 첫 창작 판소리극 작품 <단종애곡>과 <항우와 우희> 등의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판소리꾼 대부분이 전라도, 경상도 등 남한 출신이지만 박월정은 북한(서도)에서 태어나 북한에서 판소리를 학습한 뒤 서울로 내려와 활동했던 유일한 소리꾼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판소리 명창들의 생애와 업적을 기록한 책 『조선창극사』(정노식 저, 1940년 출간)에는 그의 기록이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아 많은 국악인이 몹시 아쉬워했다.

여류 명창 박월정의 생애를 극으로 재조명하는 '100년 만의 소환 - 금홍아, 금홍아' 공연 포스터. (자료=경서도소리포럼copyright 데일리중앙
여류 명창 박월정의 생애를 극으로 재조명하는 '100년 만의 소환 - 금홍아, 금홍아' 공연 포스터. (자료=경서도소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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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월정 명창이 맹활약하던 때로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 한 예술단체가 그의 예술혼을 재조명하는 무대를 마련한다. 경서도소리포럼이 11월 23일 오후 5시 서울 마포 제일라아트홀에서 '100년 만의 소환 - 금홍아, 금홍아'를 무대에 올린다.

경서도소리포럼은 서도소리뿐만 아니라 판소리, 경기잡가, 시조, 가야금병창에 두루 능통하고 연극에도 도전해 신연극운동 부흥에도 크게 이바지했던 박월정 명창에 대한 기록이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소개됐던 사실에 주목하고 5년 전부터 그를 조명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올해 원로 예술인 공연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공연은 독백과 극을 섞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나 9세에 사리원 봉산으로 내려와 탈춤, 서도소리, 판소리를 익혔던 '봉산의 천재 소녀, 금홍이'로 시작해 ▶'장안사의 꽃, 금홍이' ▶'구극계의 이단아, 금홍이' ▶'일동의 첫 여성 판소리꾼, 금홍이' ▶'조선 최초 여성 중심 공연, 삼 여류 명창전' ▶'시조를 남기고 떠난 금홍이' 등 모두 여섯 개의 막으로 나눠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시간 순으로 되짚어본다.

'100년 만의 소환 - 금홍아, 금홍아' 공연 출연진. (자료=경서도소리포럼)copyright 데일리중앙
'100년 만의 소환 - 금홍아, 금홍아' 공연 출연진. (자료=경서도소리포럼)
ⓒ 데일리중앙

공연에는 특별한 소리꾼들이 무대에 오른다. 전북무형유산 판소리 예능보유자 유영애 명창은 '박록주 명창' 역을, 인천무형유산 서도좌창 예능 보유자 유춘랑 명창은 '박월정 명창'의 젊은 시절 역을 맡는다.

이 밖에도 경기소리의 전설 김옥심 명창의 제자인 남혜숙·유명순 명창이 공연에 참여한다. 젊은 시절 박월정의 주 역할은 청년 예술가이자 서도소리꾼인 이나라가, 박월정 명창과 함께 오랫동안 활동했던 판소리 대명창 '김초향' 역은 청년 예술가인 박지수가 각각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검무 명인 최정희·서명임, 배뱅이굿 명창 김종옥, 송서율창 이수자 유은자·유근순, 시조 명창 홍순옥 등이 출연한다. 창작곡 '금홍이의 노래'는 놀량사거리 이수자이자 KBS <전국노래자랑> 수상 경력이 있는 이춘자가 맡는다. 청년 판소리 예술인으로 트로트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최재명이 변사로 나선다.

한윤정 예술감독은 13일 "요즘 TV에서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정년이>가 해방 이후 국악계 최초로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성장한 여성국극을 다루고 있는데 여성국극이 발아한 배경의 한 측면에는 1931년부터 1933년까지 진행됐던 조선 최초 여성 중심 판소리 공연과 1933년 박월정의 창작 판소리극인 <단종애곡> <항우와 우희> 등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당시 여성국극을 주도한 이는 박록주 명창인데 박월정이 1931년 열린 '삼 여류 명창 대회'에 함께 참여했다는 것은 그녀가 당시 박록주 명창과 동급이었다는 점을 의미하며 그런 면에서 그녀를 경서도 소리꾼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이며 관람 신청은 전자우편(kimdica@naver.com)으로 하면 된다.

이지연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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