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공화국' 현대중공업 또 산재... 최근 10년 7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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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공화국' 현대중공업 또 산재... 최근 10년 70명 사망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5.05.1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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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살인법' 제정으로 죽음의 낙수효과 멈춰야... 현대중공업 "안전대책 강화하겠다"

▲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박아무개씨가 지난 14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내에서 납품업체 직원이 몰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사진=현대중공업노조 하청지회)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현대중공업에서 또 산재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박아무개(38)씨가 지난 14일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에서 차에 치여 숨졌다. 전날엔 크레인 운전자가 14m 높이에서 떨어져 중태에 빠졌다. 하루 만에 또 인명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만 하청노동자 9명이 산재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이렇게 해서 최근 10년 간 70명이 넘는 노동자가 같은 이유로 사망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산재공화국' '죽음의 조선소'라는 오명이 늘 따라다닌다.

15일 현대중공업노조 하청지회와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박아무개씨는 지난 14일 오전 9시께 납품업체 직원이 운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박씨는 트랜스포터(덤프트럭)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급히 피했으나 트럭 운전자가 박씨를 보지 못하고 우회전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터는 608만1000제곱미터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그러다보니 조선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번 사고 발생 하루 전인 13일에도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산재 사고가 일어났다. 크레인 운전을 하던 정규직 노동자가 14m 높이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다.

현대중공업 산재 사고의 대부분이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것은 재벌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 업체에 통째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재 사고의 경우 최고 경영진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기업살인법'을 우리나라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당은 15일 대변인 논평을 내어 "돈은 위로 흐르고, 위험만 아래로 흐르는 죽음의 낙수효과를 당장 끝내야 한다"며 기업살인법 제정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산재에 따른 죽음의 행렬을 끝내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에 대한 벌금·영업정지·기업해체 등 처벌을 포함해 기업 최고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기업살인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기업살인법을 통해 산재 사고 시 최고 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주무 부처의 장관이나 수상까지도 기소가 가능하다고 한다.

강상구 노동당 대변인은 "기업살인법이 있어야 1년에 2000명 넘는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산업전선'의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즉각 관련 입법 작업을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은 현재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 투톱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988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고 하나 실질적인 소유주(오너)는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회장이다.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그러나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산재를 줄인 공로로 1000억원이 넘는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걸로 알려졌다. 산업재해 사고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정부는 해마다 국민 세금으로 보험료를 깎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현대중공업에서 산재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왜일까.

현대중공업 쪽은 조선업종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소 작업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로 들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어제 사고는 작업중 발생한 산재사고가 아니고 사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과 관련해 "우리가 불법으로 산재보험료 감면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아마도 사내 협력사 산재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협력사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고, 특히 사내 협력사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점검을 중점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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