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은 26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시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제목의 사퇴 성명을 통해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사퇴 후 미국이나 영국 등으로 유학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저의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로 저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심의 흐름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대한민국 복지방향에 대한 서울시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결국 확인하지 못하고 아쉽게 투표함을 닫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투표에 모아주신 민의의 씨앗들을 꽃피우지 못한 것은 저의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떠나는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에 대한 아쉬움과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최초의 주민청구형 주민투표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었으며, 대한민국에 새로운 민주주의가 열리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또 자신의 주민투표 제안에 서명해준 81만 서울시민과 투표장에 나온 215만 시민들을 언급하며 "그 분들의 열정과 애국심은 주민투표의 결과로 희생되지 않고, 과잉복지를 경계하는 역사의 상징으로 민주주의의 새 전기를 만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민투표를 둘러싼 계층 간 갈등과 대립, 편가르기에 대해서는 회한이 사무친다고 자성했다.
오 시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편 가르기가 투표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막지 않았는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자성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문화를 건강한 담론의 정치문화로 바꿔 나가는 것이 앞으로 제게 주어진 또 하나의 책무라는 것도 통감했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강조돼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복지방향을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해온 지난 몇 개월이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분부터 보듬어가는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같은 액수의 복지혜택을 모든 계층에게 현금 분배식으로 나눠주는 복지를 추구하는 한, 어려운 분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다리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운다"며 선별적 또는 단계적 복지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했다.
오 시장의 사퇴로 10월 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10.26 서울시장 보선에는 야권에서 천정배·추미애·박영선·이인영·이계안·이정희·노회찬 등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는 원희룡·나경원·장광근 등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오세훈보다 한나라당이 엿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