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는 제대로 현실 파악도 못해... 학교 밖 청소년 결식 경험 문항 삭제
물가 올랐는데 한 끼에 5000원·한 달에 10회만 지원... 2025년 예산 동결
장철민 의원 "급식시설 없는 학교 밖 청소년, 식사 지원 외식 물가 반영해야"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학교 밖 청소년들의 44%가 경제적 이유로 밥을 굶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가진 돈이 부족해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떼운 청소년들도 절반을 넘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 밖에 있다는 이유로 따뜻한 밥 한 끼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회 여성가족위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29일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여성가족부의 학교 밖 청소년 급식 지원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장철민 의원실이 여성가족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214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의 협조를 통해 실시한 '학교 밖 청소년 식사건강 설문'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이내 경제적 이유(비용 부족 등)로 식사를 1회 이상 거른 비율은 44%나 됐다. 1회 이상 컵라면·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떼운 비율은 50.7%로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간 1회 이상 점심을 결식한 비율은 72%였으며 그 중 3회 이상 결식도 47.3%에 달했다.
결식 이유로는 '돈이 없어서'가 32.4%로 '이유 없음' 33.3%와 함께 가장 많았다.
여성가족부는 학교 밖 청소년의 식사권을 보장하기 위해 2020년부터 '학교 밖 청소년 급식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물가 상황과 학교 밖 청소년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가부는 급식 지원으로 한 끼니당 5000원, 한 달에 10회까지만 지원한다. 한 끼니당 금액은 2023년 4000원에서 1000원 인상된 뒤 2년째 그대로다. 여가부는 내년도 급식 지원 예산도 동결해 한 끼당 5000원으로 책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올해 9월 기준 김치찌개 백반의 전국 평균 가격은 8407원이다(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포털, 2024년 9월 외식비 물가). 여가부의 급식 지원 예산으로 학교 밖 청소년은 김치찌개 백반 한 끼도 사 먹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인원 대비 급식 지원 대상 인원도 매우 부족하다.
2024년 8월 기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은 3만5736명(여가부 국회 제출 자료 기준)이지만 여가부의 학교 밖 청소년 급식 지원 예산은 5300명어치만 책정돼 있다. 여가부의 기준대로면 나머지 3만여 명의 청소년은 급식 지원을 받지 못한다. 또한 월 10회까지만 지원해 나머지 20일간의 식사는 보장되지 않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결식 경험이 높게 나타남에도 여성가족부는 가장 최근 실시된 '2023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결식 경험 설문 조항을 삭제했다.
여가부는 장철민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결식 설문 항목 삭제 사유로 "대상자의 응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것으로 선택된 문항들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장철민 의원은 "학교에 다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청소년은 건강한 식사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며 "학교처럼 급식시설 등 안정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 있기 때문에 외식 물가를 반영한 급식지원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내년도 실시될 예정인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결식 횟수와 결식 사유에 관한 문항을 포함해 학교 밖 청소년 결식 상황을 상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24~28일 장철민 의원실이 제작한 온라인 설문을 여성가족부 '청소년 안전망 시스템'을 통해 전국 214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 배포해 이뤄졌다.
송정은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