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박영재 대법관 후보자가 딸이 2023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당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위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빠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 딸은 변호사시험 응시생'이었던 것이다.

민주당 백혜련 국회의원이 24일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21년 4월 5일부터 2023년 4월 4일까지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박 후보자의 장녀는 2020년 3월 1일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2023년 1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제12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했다.

햔행 '변호사시험법'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모두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법원행정처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판사 2명'을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하면 법무부 장관이 위촉하게 된다.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주 역할은 ▲시험 문제의 출제 방향 및 기준에 관한 사항 ▲채점 기준에 관한 사항 ▲시험 합격자의 결정에 관한 사항 ▲시험 방법 및 시험 시행 방법 등의 개선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한다.

백혜련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는 자료를 보면 2021년 3월 11일자 관리위원회 위원 추천 요청 공문에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위원은 변호사시험과 관련하여 보안사항 등을 접하게 되므로 그 직계비속이 3년 내 변호사시험에 응시 예정인 경우에는 추천에서 제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즉, 장녀가 2023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것이 예정돼 있던 박 후보자는 위원 추천 제외 대상이었던 것이다.

후보자 쪽은 해당 공문이 법원행정처 사무관-담당관-총괄심의관-차장-처장으로 이어지는 결재 사항이어서 후보자 본인이 추천 제외 대상인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백혜련 의원은 "후보자 본인이 추천 제외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후보자가 관리위원회 위원으로 2021년 4월 21일, 2022년 12월 27일, 2022년 4월 20일 세 차례에 걸쳐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본인과 가족의 이해 관계가 문제될 가능성을 모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당시 박 후보자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보자 스스로 적극적인 회피를 했어야 한다는 게 백 의원 주장이다.

이에 후보자 쪽은 "제1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결정하는 관리위원회 회의가 개최된 2023년 4월 20일은 후보자의 위원 활동이 종료된 이후이므로 후보자가 장녀의 시험 당락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후보자의 자녀는 2024년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백 의원은 "자녀의 시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조윤리상 후보자가 스스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위원을 '회피'했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특히나 시험은 과정과 결과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4일 박영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한다. 대법관은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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