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는 현재 6명의 배우가 출연하고 있다. 작품이 2인극 임을 감안했을 때, 한 배역당 트리플(3배) 캐스팅으로 진행 중인 셈이다. 그러나 공연 개막 이후 두 달 가까이 두 명씩, 총 세 페어(짝)가 나뉘어서 배우의 조합에 변동 없이 공연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팅일 경우, 한 배역의 배우가 두 명 혹은 세 명이 번갈아 가며 출연하고, 다른 배역들은 그대로 가기 때문에 공연 전체의 그림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뮤지컬 <쓰릴 미>의 경우 같이 합을 맞추는 배우가 서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매번 같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 다른 세 조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페어별로 공연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이런 특성상 관객들은 세 가지 버전의 <쓰릴 미>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습 때부터 한 페어였던 배우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어필하며 '쓰릴 미' 팬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페어별로 재관람을 하는 관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 1. 연출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김재범-조강현 페어
이 페어는 클라이맥스로 치달을수록 격정과 아련함을 오가며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공연 막바지에는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이종석 연출이 2010년 <쓰릴 미>의 연출 의도를 가장 잘 살리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는 김재범-조강현 페어는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며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2. 강인함 속에 아련함을 지닌 순정파 최수형-최지호 페어
이 페어는 외적으로는 스타일리쉬한 남성다운 강인함을 보여주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극을 이어가는 유연함과 섬세함을 보여준다.
최수형씨의 목소리와 최지호씨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강한 매력으로 작용하며, 관객들은 남성적인 외모지만 애절하게 '그'만을 갈망하는 '나(최수형)'와 광기 어린 '그(최지호)'에 열광하고 있다.
# 3. 새로운 스타 예감 김하늘-지창욱 페어
이들은 치기 어린 욕망에 휘둘리는 인물들을 생기 있게 표현해냈으며,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 불안한 영혼을 잘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범죄를 저지르고 느끼는 그릇된 흥분을 연기한 지창욱씨와 '그'를 향한 욕망 때문에 파멸의 길에 접어드는 '나'를 연기한 김하늘씨는 연기력과 유려한 외모로 '쓰릴 미'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감하게 했다.
여기에 이달 말부터는 이지훈-오종혁 페어가 합류하면서 <쓰릴 미>에 어떤 색을 추가할 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개막해 유료 관객 점유율 80%를 유지하고 있는 뮤지컬 <쓰릴 미>는 1924년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일어났던 실제 상황을 소재로 만든 심리극으로 인간의 복합적인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11월 14일까지 서울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 (☎ 02-744-4011)
김기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