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2일 밤(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1차전 그리스와 경기서 전반 이정수 선수(가시마), 후반 박지성 선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속골로 2-0 승리했다. 승점 3점.
한국 대표팀은 이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의 그리스를 상대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5000만 국민을 감동 속으로 몰아 넣었다.
특히 경기 시작 7분 만에 터진 이정수 선수의 선제골은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알리는 축포였다. 이정수 선수는 기성용 선수의 프리킥이 상대 수비수를 넘어 날아오자 돌진하며 오른발 안쪽으로 가볍게 차 넣어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박주영(AS모나코) 선수는 최전방에 배치돼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등 팀이 만들어 준 서너 차례의 완벽한 기회를 모두 날려버려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그는 후반전에 신세대 공격수 이승렬 선수와 교체됐다.
한국의 총공세에 당황한 그리스는 선수들끼리 심한 말다툼과 신경질을 주고 받는 등 조직 분열을 보이기도 했다. 피파 랭킹 13위, 유로2004 챔피언의 위용은 한국의 폭풍질주 앞에 온데간데 없었다.후반 들어서도 한국 대표팀은 상대를 완전 지배하며 돌풍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맹활약을 펼친 캡틴 박지성 선수의 신기에 가까운 드리볼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후반 7분 상대 진영 중원에서 볼을 가로챈 박지성 선수는 그리스 수비수 2명을 달고 뛰는 30m의 단독 드리볼로 그리스 골키퍼 알렉산드로스 초르바스를 무를 꿇리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날 90분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유쾌한 질풍노도에 견줘 그리스는 90분 내내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선제골을 허용한 그리스는 월드컵 유럽예선 최다골(10골) 주인공 케카스를 최전방에 두고, 좌우 측면 공격수 사마라스와 하리스테아스를 내세워 사력을 다했지만 한국의 철벽 수비를 뚫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서부터 한국의 기성용-김정우 선수의 강한 압박에 밀렸다. 다급해진 그리스가 긴 패스를 이용해 한국 진영을 공략했지만 이번에는 이정수-조용형 선수가 밀착 수비를 펼치며 상대 공격수들을 바깥으로 몰아냈다.
몇 차례 좋은 기회를 잡은 그리스가 결정적 슛을 날렸지만 한국의 골키퍼 정성룡 선수의 선방에 번번히 막혀 굴욕적인 0패를 면하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자 방송 해설가로 나선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내 생애 이렇게 완벽한 경기는 보지 못했다"고 흥분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이 오늘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감격했으며, 또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연발하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편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B조 예선 두번째 경기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전반 6분 가브리엘 에인세의 결승 헤딩골에 힘입어 1-0 승리했다.
한국 대표팀 16강 진출의 최대 분수령이 될 한국-아르헨티나 경기는 1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김기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