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아직 늦지 않았다"... 민주당에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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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아직 늦지 않았다"... 민주당에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과 요구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3.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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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대표·박영선 후보, 사과는 했지만 왜 누구한테 하는지는 짚어주지 않아
피해자 대신 '피해호소인'이라 한 남인순·고민정·진선미 의원 당 차원의 징계 요구
"그분의 위력은 지금도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박원순 사건 2차 가해로 '고통'
민주당 양향자 의원 "박원순 시장 성폭력 피해자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 피해자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지원단체'가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에 나와 자신의 심경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얘기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copyright 데일리중앙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 피해자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지원단체'가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에 나와 자신의 심경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얘기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 피해자는 17일 자신을 향해 피해자 대신 '피해호소인'이라 말한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남인순·고민정·진선미 의원을 겨냥해 박영선 후보가 따끔하게 혼내주고 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세 의원은 '박원순 성희롱 사건'이 터졌을 때 피해자를 '피해자'라 하지 않고 '피해호소인'으로 불렀던 대표적이 의원들이다. 셋 모두 박영선 후보 선대위에 들어가 있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 피해자는 "아직 늦지 않았다"며 민주당에 사실 인정과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지원단체'가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에 나와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다"며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하여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분의 위력은 지금도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공개 석상에 직접 나와서 말하기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후회가 덜한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제가 말을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기고, 말을 안 하고 어떤 결과가 생겼을 때 후회의 무게를 더 가벼운 쪽으로 선택을 하게 됐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 결정이 있고 나서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사과했는데 사과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사건 피해자는 "이낙연 대표와 박영선 후보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에 대해서 짚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박 후보가 말로는 '사과'를 입에 올렸지만 도대체 누구한데, 왜 사과를 한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 사실을 축소·은폐하려고 했고 투표율 23%의 당원 투표로 서울시장 선거에 결국 후보를 냈다"며 "그리고 지금 박영선 후보 선거 캠프에는 저에게 상처주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 했다.

그는 아직 늦지 않았다며 민주당에 제대로 된 사과와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구체적인 사과의 방법으로는 자신을 향해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며 2차 가해를 한 남인순·고민정·진선미 의원 등의 진심어린 사과와 당 차원의 징계를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박영선 후보에게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서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자신의 신상 유출에 관한 내용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저는 수사기관에서 가명으로 조사를 받았고 저의 신상이 유출될 염려가 전혀 없었음에도 (가해자) 지지자들의 잔인한 2차 가해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이 2차 가해를 주도하고 있다는 면이 견디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피해자는 "저는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 저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이다. 사실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회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오히려 직면한 현실이 두렵기까지 하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민주당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2차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징계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가 고소한지 250여 일이 지났고 그동아 참 많은 일이 있었다"며 "본 사건으로 인해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본 사건으로부터 반드시 얻어야 했던 교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저희는 여기에서 끝날 수 없고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모두 잠시 멈추고 사건의 의미를 각자의 자리에서 성찰하고 좀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정치영역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의 어려움과 일상 회복의 과제에 대해 얘기했다.

김 소장은 "누구는 항상 말하고 자원이 쌓이고 기회가 업적이 되고 신뢰가 자산이 되고 그를 모델로 좇는 사람도 혼자 말을 더 독점할 수 있는 자리로 가기 위해 애쓴다"며 "반면 누구는 항상 들어야 하고 보이지 않게 침묵하고 그의 기분을 살피는 노동을 하고 있다"고 우리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기시켰다. 

이날 말하기에는 피해자를 비롯해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서혜진 변호사(피해자 변호인단, 법률사무소 라이트하우스) △이대호씨(피해자 전 직장동료, 서울시 전 미디어 비서관)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했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 피해자 말하기 이후 국민의힘 여성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위로하며 변함없이 지지하고 함께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양향자 국회의원은 "박원순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피해자가 일상에 복귀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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