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 임명권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임명 불허 촉구
"경기테크노파크가 성폭력 2차 가해로 세계 최고가 되려는 게 아니라면 결재 서류에 도장찍지 말라"
대선 길목에서 이재명 지사 고민 깊어져... 여성단체의 강력한 반발 무릅쓰고 오성규씨 임명 강행?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여성단체들이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자로 지목된 오성규 서울시 전 비서실장의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임명 절차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경기테크노파크 이사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오성규 원장 최종 승인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재명 지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 길목에서 이뤄지는 이번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임명이 이 지사의 대권행보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8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뼛속깊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람이었던 오성규 전 비서실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사후,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선봉에 선 서울시 6층 사람들 중 한 명이며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끈질기고도 악질적으로 2차 가해에 앞장섰다"며 이 지사에게 이같이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수원여성회, 전국학생행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도 함께했다.
앞서 15명으로 구성된 경기테크노파크 이사회는 지난 5일 오성규 전 비서실장을 최종 원장으로 의결했다.
따라서 오성규 전 실장의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임명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뒤 최종 임명권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임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오성규 전 실장은 2011년 박원순 전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희망캠프 기획조정실장 겸 사무처장으로 박 전 시장과 함께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거쳐 2018년 7월부터 박원순 전 시장이 사망하기 직전인 2020년 4월까지 서울시 비서실장을 지냈다.
오 전 실장은 특히 지난해 12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추행 피해 여성이 과거 박 전 시장에게 보냈던 생일 축하 자필편지를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단체들은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런 자를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에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경기도 테크노파크의 원장으로 임명된다면 권력자들을 위해 가장 앞장서 친위대처럼 싸웠던 이에게 자리 보전해주는 일"이라며 "경기도 테크노파크를 성폭력과 2차 가해의 온상으로 만들까 두렵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재명 지사에게 "경기도 공무원들을 위해서라도, 경기도민을 위해서라도 이런 이를 원장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며 "오성규 전 비서실장의 경기도 테크노파크 원장 임명장에 도장 찍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경기테크노파크가 성폭력 2차 가해로 세계 최고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오성규 전 실장에 대한 임명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열린 조직으로 공동체와 더불어 일하겠다는 경기테크노파크의 원장이 성폭력 2차 가해자라니 말이 되느냐"며 "이재명 지사가 성폭력 가해자 남성연대와 결탁해 썩어빠진 역사를 쓸 것인지,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해 새로운 정치를 열어갈 것인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직에 오성규 서울시 전 비서실장이 취임하는 것을 불허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쪽은 최종 임명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선출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엄정하고 복잡다양한 검증 방법을 거쳐 원장 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의결에 의해서 경기도지사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며 "정당한 인사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내년 3월로 예정된 20대 대통령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오 전 실장의 임명을 강행할 지, 여성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명을 거부할 지 이 지사의 선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기테크노파크는 경기도 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지역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경기도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