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울광장에서 정권 규탄집회와 함께 거리행진을 벌인 민주당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을 향해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먼저 김한길 대표는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내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생각하느냐', 이렇게 묻기에도 망설여지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처음에는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몇 개 가지고 왜 그러느냐'라고 했다. 그러다가 수 백 개, 수 천 개의 댓글로 늘어났고, 5만6000여 개의 트윗글이 나왔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김 대표는 "그런데 이제는 최소한 120만개 이상의 트윗글이 여론조작에 작용했다는 사실이 국민을 경악케 만들고 있다"며 "선거전에서 불법 사이버홍보물이 최소한 120만 가구 이상에게 뿌려진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그 끝이 어디인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며 대통령을 정쟁 속으로 끌어들였다.
민주당은 대선 불법개입 사건에서 대통령은 이해당사자인 만큼 행정부에 속한 검찰이 수사를 맡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 그래서 '특검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특별수사팀 검사들이 공소장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 사표를 내겠다고 까지 배수진을 쳤겠나. 특별수사팀의 젊고 용기 있는 검사들이 직을 걸고 외압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국민 여론을 조작한 트윗글 120만건 이상이 아무도 모르게 파묻혀 버렸을 것이다."
이번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 과정에서도 법무부의 수사방해가 심각했다는 점을 들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해임을 거듭 요구했다.
김 대표는 "황교안 법무장관은 이미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켜서 법무부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질타했다.
또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은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이 집권연장을 도모한 사건이다. 당시 권력의 정점에서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현 상황을 참담하다고 했다.
전 원내대표는 "양파껍질처럼 까도까도 끊임없이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들이 우후죽순 드러나는데도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는 '기다려 달라'는 말로 일관하며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의 의구심만 더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말로는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면서 실제로는 철저한 수사 방해와 외압을 가하고 있다. 말로는 책임을 묻겠다면서 실제로는 영전시키는 실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황교안 장관은 막아서고, 이진한 차장은 방해하고, 일선 검사는 반발하고,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은 족집게 정치하고, 청와대는 초연한 척하고, 관련자는 수사중, 재판중, 감찰중이라는 주문만 외우고 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지난 5개월여에 걸친 검찰수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정부수립 후 처음 있는 일이고, 정상대화록 전문 공개처럼 세계 최초의 일도 있다"며 "비정상의 시기란 이야기이고, 지금 우리는 21세기 민주국가에 살고 있다고 말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밝혔다.
신 최고위원은 "이제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왜, 누가, 진상규명을 방해하는가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일을 왜 대통령만 모른 체 하는가를 진상규명하는 일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직후 배재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댓글 때문에 당선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느냐"고 공세를 취했다.
새누리당은 이날도 민주당을 향해 정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당 공식회의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사사건건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한다면 포청천이 와도 수사결과는 정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은 민주당의 '이명박 공소장' 발언과 천주교 사제단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주장을 언급하며 "범야권투쟁의 종착지가 결국 대선불복이고, 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 민주당의 입장을 요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