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은 0원, 학생은 380만원 부담하는 해외공연... 제도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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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은 0원, 학생은 380만원 부담하는 해외공연... 제도개선 시급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4.10.02 12:22
  • 수정 2024.10.02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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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고, 국립전통예술중고교 해외공연단 학생 자부담비 높아
해외공연 비용 부담 감당 못해 해마다 공연 포기하는 학생 속출
이기헌 의원 "경제적 여건 따라 경험의 기회 제한되는 것은 치명적 문제"
2023년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아리랑예술단 공연 모습. (사진=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copyright 데일리중앙
2023년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아리랑예술단 공연 모습. (사진=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국립국악고등학교,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재학생들이 해마다 해외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1인당 최대 368만~380만원의 비용을 자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많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공연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해외 공연단에 따라가는 교직원들의 자부담은 0원이다.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2일 이들 학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8) 진행된 해외 공연 1회당 평균 학생 1인당 자부담 비용은 △국립국악고 284만3660원 △국립전통예술중·고 257만4481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립국악고의 경우 항공비와 체류비가 비싼 캐나다와 미국 공연 때 학생 1인당 최대 380만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2022년 태국, 2023년 대만 공연 당시 국립국악고 학생 자부담 비율은 100%였다.  

이들 학교의 해외 공연은 학생들의 공연 기회를 통해 예술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됐다.

해외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은 각 학교 우수 인재를 중심으로 구성된 30~40명 규모의 예술단 소속으로 국립국악고에는 '소리누리예술', 국립전통예술중·고에는 '아리랑 예술단'이 각각 꾸려져 있다. '소리누리예술단'과 '아리랑예술단'은 해외에서 초청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고 두 학교 모두 주요 성과 및 핵심 추진 과제로 '해외 공연'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가의 해외 공연 참가비로 인해 예술단에 속해 있지만 공연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 국립국악고는 지난해 대만 공연 당시 2명, 국립전통예술중·고는 2022년 이탈리아 공연 당시 2명, 2023년 일본 공연 때 3명의 학생들이 각각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공연 참가를 포기했다. 공교육 현장에서 집안의 경제력에 따라 공연 기회에 차등이 생긴 것이다.

해외 공연을 인솔하는 교사와 실제 공연을 하는 학생들의 참가비 격차가 큰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공연 인솔자인 교사의 경우 '공무 출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액 예산 지원을 받는다.

2023년 국립전통예술고 아리랑예술단 해외공연 세부내역서(단위: 원, 명). (자료=국립전통예술고) * 학생 1인당 자부담금: 368만6210원(62%), 교직원 1인당 자부담금: 0원copyright 데일리중앙
2023년 국립전통예술고 아리랑예술단 해외공연 세부내역서(단위: 원, 명). (자료=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 학생 1인당 자부담금: 368만6210원(62%), 교직원 1인당 자부담금: 0원
ⓒ 데일리중앙

예컨대 2023년 국립전통예술고의 미국 공연 당시 학교장과 교사 5명 등 6명의 경우 △학교장 1인 1003만525원 △교사 1인 450만525원(x5명) △학교장 및 교사 등 6인 현지 운영비 146만2159원 등 약 3400만원의 비용을 전액 일반회계로 자부담 없이 다녀 왔다.

반면 학생들은 1인당 학교에서 지원을 받은 숙박비·식비·비자, 현지 운영비 등 총 227만6474원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료, 비자, 보험, 현지 운영비 등 1인당 368만6210원을 자부담했다.

이처럼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배경엔 턱없이 부족한 해외 공연 예산 때문이다.

최근 9년간 국립국악고에 편성된 해외 공연 예산은 연평균 1억3000만원으로 9년째 동결되거나 감액된 상황이다.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해외공연 예산은 연평균 1억8000만원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포함한 예산임을 감안하면 국립국악고에 견줘서도 턱없이 작은 규모다. 지난 2023년부터는 2억9000만원까지 증액됐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경우 수백만원의 자부담 없이는 해외 공연길에 오를 수 없는 실정이다.

학교 쬭은 "매년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후화된 학교 시설 보수가 더 시급하다보니 예산 배정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헌 의원은 "예술 교육 특성상 다양한 공연 경험이 필수적임에도 경제적 여건에 따라 경험의 기회가 제한되는 것은 인재 육성 차원에서 매우 치명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가 문체부 소관 기관인 만큼 문체부는 비용 부담으로 공연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관련 예산 확충에 신경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국악고등학교는 오는10월 동유럽, 12월 베트남 공연을 앞두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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