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집중 언급하며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 미지근한 물로는 밥을 지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관련 의혹 사건들 일체를 특검에,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을 국정원 개혁특위에 맡기고, 여야는 민생을 살리기 위한 법안과 예산심의에 전념해야 한다'는 우리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대통
령이 응답한 것이라면 그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대통령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그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것이라면 대통령은 앞으로 더 큰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또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설명한 정부의 예산안은 한 마디로 공약포기 예산, 민생포기 예산, 지방포기 예산, 재정파탄 예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 공세를 높였다.
오늘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서민과 중산층에게는 절망을, 슈퍼부자들과 재벌들에게는 희망을 준 민심역행 시정연설이었다는 것.
김 대표는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정부가 내놓은 사상 최대 의 적자예산을 보면 최근 유럽과 일본을 뒤흔든 재정파탄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드러난 박근혜정부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향후 일주일 간 계속될 대정부 질문을 통해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정국 해법도 절대 부족하고, 또 민생 해법 의지도 부족한 불통의 연설이었다"고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평가 절하했다.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결단과 책임을 국회로 떠넘긴 것 아닌가 하는 의혹과 의구심만 강하게 남겼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에게 걸었던 국민의 기대를 접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통령 스스로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정치 현안의 많은 부분을 국회 협상에 맡기겠다라는 언급에 대해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여야 협상을 통해서 조속히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나간다면 뭐가 달라졌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진실로 가고 있는 길이 꽉 막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논평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혹시나'가 '역시나'였다"며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설치된 차벽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청와대 경호실은 이날 경찰의 협조를 얻어 국회의사당 의원 출입문 바로 앞에 대형 버스 3대를 배치해 차벽을 만들었다. 국회의사당에 청와대가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가로 막은 것이다.
이 와중에 청와대 경호원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목덜미를 뒤에서 잡ㅈ아 조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경호실은 대통령에 대한 경호 문제로 발생한 우연한 사건으로 해명했지만 여론은 들끓고 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제가 국회의원생활을 시작한 후 본청 정문 앞을 버스 3대가 가로막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이 버스 3대의 의미는 단순 경호의 문제가 아닌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벽,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꽉 막힌 벽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박혜자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불통과 독선의 연설'로 규정했다.
박 최고위원은 "야당을 향해 내일부터 있을 대정부질문을 하지 말고 대정부투쟁을 하라고 등을 내미는 것이냐"며 "여당으로부터만 박수 받는 반쪽 대통령이 아니라, 야당과 국민으로부터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남재준 국정원장 및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19일 대정부질문 이후 제출할 예정이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