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동형 비례제 폐지·선거구 획정권한 선관위로·국회의원 세비 독립기구 설치
"불체포특권 포기, 국회의원 정원 축소 등 총선 공약도 충실히 지키겠다" 강조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드시 폐지하고 외부 독립기구를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떳다방 위성정당을 필연적으로 양산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두고는 정치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유능하고 도덕적인 국회를 만드는 5대 정치개혁을 역설하며 이렇게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국회를 가장 심각한 '개혁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사회를 개혁하려면 먼저 국회부터 스스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5대 정치개혁을 추진해 의회정치를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먼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약속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20대 국회 당시 민주당은 소수 야당과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며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야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도 모르고, 언론도 모르고, 정치인 스스로도 모르고, 오로지 계산기만 아는 선거제도를 도입한 결과가 어땠냐"며 "위성정당의 탄생을 유발한 것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최악의 퇴행이었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위성정당'을 양산하는 현행 연동형 비래대표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주도의 이른바 '4+1협의체(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민주당)'가 2019년 12월 27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강행,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이다.
당시 한국당 의원들은 지구상에 유일한 연동형 비례제 국가인 알바니아에서도 1년 만에 법안을 폐지했다며 본회의장 앞에 '대한민국을 밟고 가라' '선거법 절대반대'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문희상 사퇴" "민주당 해체" 등을 외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오후 3시로 한 차례 미뤄졌고 한국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선거법 반대 시위로 오후 5시30분 이후로 다시 지연되는 등 진통이 거듭됐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장에는 고함과 막말, 구호 등이 뒤엉켜 말 그대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실력 저지에 출입문이 막힌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후 4시31분께 본회의장에 국회 경위들을 배치해 진입로를 뚫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물러가라" 등을 외치며 격렬하게 맞섰다.
문 의장은 다시 밖으로 물러났다.
잠잠해진 틈을 타 문 의장은 오후 5시35분께 국회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당 저지선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의장석에 앉는데 성공했다.
문희상 의장은 진땀이 나는지 연신 숨을 내쉬었다. 문 의장은 잠시 숨을 고른 뒤 5시40분 임시국회 본회의 개회를 선언했다.
이어 5시44분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자투표로 표결에 부쳤다.
투표가 끝나자 오후 5시45분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167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 가운데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환호가 터졌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원천무효" "문희상 이완용" 등을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표결에는 이른바 '4+1 협의체' 소속인 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의원들이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위성정당, 떴다방 정당이 난립하면서 민의는 왜곡됐다"며 "21대 국회의 불행은 이미 그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개특위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 야당의 정략적 계산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광주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며 통합형비례정당(사실상 '떳다방' 위성정당)을 준비하겠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그 결과 지난 총선보다 훨씬 더 심각한 막장 정치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지난 총선의 48㎝를 뛰어넘어 최대 1m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그 1m 투표용지 안에 구속됐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부적격 정치인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이적단체에 가담한 반국가세력들이 줄줄이 포함될지 모른다. 가짜뉴스, 혐오 발언으로 국민을 선동한 정치인들도 위성정당의 쪽문을 열고 국회로 들어오려 하고 있다"며 "야당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비해 더 민주적이고 더 혁신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정치 오염 현상의 인큐베이터가 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승리하면 즉각 공정하고 투명한 외부의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을 위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국,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의회정치 선진국들은 선거제도 개편안을 독립적인 위원회에 맡기고 있다고 한다.
윤 원내대표는 두번째 정치개혁안으로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선관위에 온전히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현재는 중앙선관위가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권고만 할 뿐 최종 권한은 국회에 있다.
지난해 12월 5일 중앙선관위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제출했지만 선거가 49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다. 여야가 서로 유불리를 따지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는 "중앙선관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권고안은 여야와 사회 각계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인구수 변동에 따라 공정하게 정한 결과"라며 "그런데 야당은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의석수 유불리를 따지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윤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선관위에 온전히 넘겨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선거구 혼란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세번째 정치개혁안은 국회의원의 세비를 별도의 독립기구를 설치해 국민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회의원 세비를 낮춰야 한다고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2024년 기준 국회의원의 1년 세비는 약 1억5000만원 수준이다.
네번째 정치개혁안은 악용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다수당이 되더라도 (지금의 야당처럼) 위성정당을 활용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위장 탈당까지 해서 합법적 날치기를 감행하는 일을 답습하지 않고 안건조정위 구성 방식 변경이나 단서조항 신설 등의 법 개정을 통해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살리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다섯번째 정치개혁안은 입법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말씀드렸던 총선 공약도 충실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국회의원 정원 축소, 당 귀책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 시 후보 무공천,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을 거론하며 "이는 정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22~23일 대정부 질문에 나설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