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 스무돌인 10일 정부가 주최한 첫 국가 기념식이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국민이 꽃피울 희망의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념식에는 민주열사 유가족과 당시 항쟁의 주역들, 각계 인사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영상물 상영과 대통령의 기념사, 몸짓 공연, 노래 공연 등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4·13호헌 조치는 서슬이 시퍼랬다. 그러나 국민의 소망은 간절했고 분노는 뜨거웠다"며 "마침내 (국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군사독재를 무너뜨렸다"고 항쟁 당시를 상기시켰다.
노 대통령은 6·10항쟁에 대해 "국민이 승리하고 정의가 승리하고 민주주의가 승리한 참으로 감격스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피을 흘리고 목숨까지 바쳤다"며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고귀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6월항쟁의 승리는 축적된 역사의 결실"이라며 "우리는 6월항쟁의 승리를 보고 일시적인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혜, 당장의 성공에 급급하여 대의를 버리지 않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반민주 악법의 개혁은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고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언론과 결탁하여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고 일부 보수언론과 야당을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날 독재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민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해 왔던 수구언론들은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하여 민주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그들 중에 누구도 국민 앞에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군사독재의 잔재들은 아직도 건재하여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고 민주세력은 패배주의에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이 모양이 된 것은 6월항쟁 이후 지배세력의 교체도, 정치적 주도권의 교체도 확실하게 하지 못한 때문이며 민주세력의 분열과 기회주의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대통령은 끝으로 "20년 전 6월의 거리에서 하나가 되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며 "지역주의와 기회주의를 청산하고 명실상부한 민주국가, 명실상부한 국민주권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역설했다.
한편 6월항쟁 20주년 계승 민간조직위원회는 10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치른 뒤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