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 이순재, 임동진, 기정수, 이한수, 원근희, 정선일, 김태리, 박갑 등
주인공 '윤옥이' 역 고두심,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열창에 박수갈채
7월 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고두심의 등장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음악극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한테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3일 저녁 7시 30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대극장). 종소리와 함께 무대 위에 불이 들어오고 배우 이순재가 나와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한국전쟁의 원인과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막이 오르자 주제곡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가 현장 오케스트라(mr이 아닌)의 풍성한 선율에 실려 무대 위에 울펴 퍼졌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시작으로 한 여인의 엇갈린 사랑과 증오, 그리고 용서의 과정을 130분에 걸쳐 극적으로 그렸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창작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극적으로 재구성했다.
고두심, 이순재(이정길), 임동진, 기정수, 이한수, 원근희, 정선일(김창옥), 김태리, 박갑수(정태우). 그리고 최고의 앙상블 20여 명. 초대 가수 염유리 특별 출연.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괄호 안은 더블 캐스팅, 다음 회차에 나올 예정.
고두심이 단연 돋보였다. 고두심은 한국전쟁 이후 남편과 헤어진 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낸 주인공 '윤옥이'의 기구한 운명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냈다.
이야기는 한 산골 마을에서 함께 자란 윤옥이(고두심 분), 김중기(임동진 분), 백춘수(기정수 분) 세 사람의 엇갈린 운명을 예고하면서 시작됐다.
윤옥이와 김중기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둘은 마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운명은 얄궂다.
아들을 낳아 첫돌을 축하하는 날 한국전쟁이 터지고 남편 중기는 전쟁 발발 사흘 만에 서울까지 밀고 내려온 인민군에 끌려가면서 사랑하는 처자식과 생이별한다.
어릴 때부터 윤옥이를 짝사랑했던 백춘수는 인민군의 앞잡이가 되어 왼쪽 팔에 붉은 완장을 차고 마을에 들이닥친다. 김중기가 인민군에 끌려간 것을 눈치챈 그는 윤옥이를 강제로 범한다.
윤옥이는 그를 피해 피난 길에 나서는데···. 폭격에 첫째 아들 산이(김중기의 아들)를 잃고 홀로 둘째 아들 강이(백춘수의 아들)를 키우며 기막힌 삶을 살아간다. 나이트클럽 가수 엘레나로, 자갈치 시장 아지매로 모진 고생을 한다.
이 과정에 한 많고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우리 부모님들이 즐겨 부르던 20여 곡의 대중가요가 울려 퍼지며 몰입도를 높였다.
'굳세어라 금순아' '전선야곡' '단장의 미아리 고개' '이별의 부산정거장' '럭키 서울' 등등의 노래가 현장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라이브 연주에 맞춰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애틋하게 불려졌다.
특히 배우들이 가슴을 치며 '단장의 미이리 고개'를 노래할 때는 애간장이 저미는 듯 객석 곳곳에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자 남자 주인공 '김중기' 역을 맡은 임동진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굵은 목소리로 불렀다.
이어 '윤옥이' 역의 고두심이 2절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낮게 깔리는 저음의 음색이 애잔한 선율에 실려 울려 퍼졌고 그때 무대 불빛은 고두심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남녀 주인공이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하고 막을 내리자 관객들은 많이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밤 9시 33분 공연이 끝나고 7분간 커튼콜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고두심이 무대 중앙으로 다시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찬사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는 객석을 향해 90도로 허리 굽혀 절했다.
무대를 꽉 채운 30여 명의 출연자들이 국민 가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다시 한 번 합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27일 개막한 음악극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7월 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