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와 밀양 지역사회, 20년 전 '여중생 성폭행' 사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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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와 밀양 지역사회, 20년 전 '여중생 성폭행' 사건 사과
  • 김영민 기자
  • 승인 2024.06.25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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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와 80여 기관·시민·종교단체, 2004년 여중생 성폭행 사건 사과문 발표
"피해 학생과 가족이 겪었을 고통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
안병구 밀양시장 "앞으로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겠다"
밀양시와 밀양 지역사회, 피해자 지원과 향후 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설 계획 
밀양시의 80여 기관·단체는 25일 지난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 관련해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국민께 고개숙여 사과했다. (사진=밀양시)copyright 데일리중앙
밀양시의 80여 기관·단체는 25일 지난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 관련해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국민께 고개숙여 사과했다. (사진=밀양시)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영민 기자] 밀양시의 80여 기관·단체가 20년 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 관련해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국민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안병구 밀양시장, 허홍 밀양시의회 의장, 80여 시민단체, 종교단체 대표는 25일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안병구 밀양시장은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더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밀양시와 지역사회의 공동 사과문 발표는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20년 전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돼 사적 제재 논란이 일어나고 피해자 인권이 또다시 침해받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안병구 시장은 비록 오래전 일이지만 지역사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 모두가 동참하기를 호소했다.

안 시장은 먼저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면서 "이 사건으로 이루 말하지 못할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또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되는 어른들의 잘못도 크고 그동안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못한 지역사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밀양시와 지역사회는 피해자 지원과 향후 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밀양시는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피해가 우려되는 가출청소년 보호에도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시는 사회적 약자 존중·배려 및 생활 속 불안 요소 해소를 주된 시정 방향으로 삼아 지역사회가 함께 반성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 외부에서도 느낄 만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

한편 밀양시 각 기관·단체, 종교계는 이 사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자발적인 지원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역 내 사찰, 교회, 천주교, 원불교 등 종교단체는 이번 사건을 시민 모두가 참회하고 반성하며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합동 예불과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다.

향교, 성균관유도회 등 유림단체는 고유제 개최 및 학교 순회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윤리 의식을 고취한다는 계획이다.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 통합상담소는 이달 말까지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성금을 모금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피해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안병구 시장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지역사회의 반성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피해자의 조속한 일상 회복과 밀양시의 자정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아래는 밀양시, 밀양 지역사회가 25일 발표한 공동 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밀양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년 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아직 그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많은 분의 공분과 슬픔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루 말하지 못할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했음에도 어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도 하지 못했습니다.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불찰입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도시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범죄예방과 안전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에서는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크나큰 아픔을 딛고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성폭력 없는 건강한 도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  6. 25.

밀양시, 밀양시의회, 밀양시 시민단체 일동

김영민 기자 kymin@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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