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액금융재산 잔액증명서 제출 압류해제' '20년 대비 6.2배 증가
급여 제한으로 건강보험 혜택 못 받는 생계형 장기체납자 8만3000세대
박희승 의원 "취약계층에 대한 세밀한 정책 설계로 의료사각지대 줄여야"
건보공단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 앞으로 더 늘리겠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생계형 체납자의 소액 예금통장까지 무차별 압류하면서 사회 취약계층이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제한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못받는 생계형 장기 체납자가 8만3000세대에 이르고 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삼한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보공단은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해 다양한 지원 정책과 함께 제도 개선을 통해 앞으로 지원을 더 늘리고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말 기준 월 5만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한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재산 압류가 15만578건에 달했다.
압류 물건별로는 자동차가 9만1383건(60.7%)으로 가장 많았고 예금 3만1198건(20.7%), 부동산 2만2961건(15.2%)이 뒤를 이었다. 카드매출·국세환급금·임차보증금 등에 대한 압류도 5036건(3.3%) 이뤄졌다.
조세는 관계 법령에 따라 체납자의 계좌 잔고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잔고가 있는 계좌만을 특정해 압류 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건강보험료는 계좌 잔고 정보 제공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포괄적 예금 압류가 관행화돼 있어 소액 예금의 통장 압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액금융재산 잔액증명서 제출 때 압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통보서를 발송하고 있다. 잔액증명서 제출은 2020년 2만8589건에서 2023년 17만7439건으로 6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도 7월 기준 14만5172건에 이른다.
이는 체납 처분 당시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예금 압류를 지양한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액 예금에 대한 포괄적 압류가 자주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도 일단 재산 압류부터 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압류 채권을 특정하지 않은 채 집행하는 포괄적 압류 처분 행위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위법성이 상존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소액 예금 통장에 대해서도 행해지는 압류 명령은 민사집행법 관련 규정 위반으로 효력 상실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올해 8월 말 기준 급여 제한 상태인 생계형 장기 체납자가 8만3000세대에 이른다. 나이별로 50대가 2만6000세대(31.3%)로 가장 많았고 정년 퇴직 연령인 60세 이상도 1만9000세대(22.9%)나 되는 걸로 집계됐다. 이들은 건강보험 급여 제한으로 병·의원이나 약국에 가도 사실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박희승 의원은 "행정편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취약계층에 대한 더욱 세심하고 체계적인 정책 설계로 의료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건보공단에 주문했다.
박 의원은 "특히 소액예금에 대한 무분별한 압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리 침해 우려가 큰 만큼 최소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쪽은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앞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저소득 취약계층의 납부 부담이나 의료 수급권 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추진 중에 있다"며 "보험료 지원, 결손 처분, 분할 납부, 체납 처분 유예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게 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납부 부담을 완화하고 의료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생계형 장기체납자가 8만3000세대나 된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보험료를 지원하고 체납액을 결손 처리 해주고 또 앞으로 제도를 좀 개선해서 다양한 지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