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법사위원장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는데 만기일 돌아오자 외상값 못 갚겠다며 부도"
박홍근 "제대로 협상하자는데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진 여당은 어떻게든 협상을 깨버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연일 '니탓' 공방을 이어가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어음 만기일에 부도를 내고 외상값을 못 갚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민주당은 "마라톤을 함께 뛰자더니 제자리 뛰기만 하다가 혼자 차에 올라타 버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받아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원구성 지연과 국회 파행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처음으로 돌아가보자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1년 뒤 내놓는 조건으로 법사위원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국회법 개정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믿고 약속을 지켰다. 법사위 계류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대폭 축소하고 심사범위도 엄격히 제한했으며 60일 이후에는 자동으로 본회의로 부의되도록 국회법 개정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민주당이 '어음 만기일에 부도를 냈다'고 비난하며 국회 파행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1년이 지나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을 시기가 돌아오자 민주당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어음 만기일에 부도를 냈다.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는데 외상값 못 갚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며 민주당이 '공수표'를 날린 것이라 공세를 펼쳤다.
그러면서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해답은 간단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1년 전 약속을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복잡하게 계산기 두드릴 필요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민주당이 1년 전 약속을 지키면 된다. 그러면 오늘 당장이라고 국회의장단을 선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협상의 틀을 깨버리고 정국의 발목을 잡는 쪽은 오히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은 제대로 협상하자고 하는데 국정운영의 무한 책임을 진 여당은 어떻게든 협상을 깨버리려는 괴현상을 우리 국민들은 목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에서 나온 얘기를 거론하며 여당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수석 간 협상에서는 느닷없이 서해 피살 공무원 특위를 조건으로 내밀고 어제는 급기야 권성동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이재명 의원을 살리기 위해 소 취하를 협상 전제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내뱉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쯤 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정치적 뒷거래나 요구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서 정쟁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라며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협상의 판을 걷어찬 책임자로서 결자해지할 것을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생경제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국민을 위해 국회 정상화와 여야 관계 회복에 인내심을 갖고 임하겠다"며 "국민의힘이 먼저 마라톤 협상을 제안했으니 잘못을 사과하고 나서 집권 여당으로서 양보안을 들고 제자리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야의 입장 차가 워낙 커 당분간 원구성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