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주일 특파원과 국제부장을 거쳤다. 전남 지역구에서 16대부터 19대까지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전남도지사를 거쳐 문재인 정부 첫 번째 국무총리이고 6공화국 이후의 최장수 국무총리였다. 종로지역에서 5선에 성공하고 민주당의 대표를 지냈다.
한때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하면서 민주당 후보로 차기 대통령에 제일 가까운 인물이기도 했다,
점잖은 신사의 모습에 온화한 성품으로 의회주의자의 이미지를 가진 이낙연은 대권후보로서 매우 근접해있다고 본다. 그는 입법, 행정에 정통해 있고 호남 출신으로 호남인의 열렬한 지지가 정치적 자산이다.
또 노무현 탄핵 당시에는 새천년민주당 출신 중에 유일하게 탄핵을 반대함으로써 정치적 의리를 지켰다. 이 점이 지금도 친문진영에서 인정하고 있다. 오랜 당 대변인을 지내면서 메시지 전달 능력이 탁월하고 언변도 좋아서 토론에도 강한 면모를 갖고 있다. 그의 행동이나 외모에서 풍기는 진중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보수층에서도 그에 대한 반감이 별로 없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말한 것이 그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계기지만 그의 발언은 보수층에서 오히려 소신 발언이라고 말하고 있다. 8.15 사면에 두 전직 대통령이 포함되면 이낙연의 선견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낙연은 김대중 이후 호남 출신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대중처럼 카리스마가 있거나 조직력이 뒷받침되는 인물이 아니라서 장담할 수 없다.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밀리다가 간신히 앞서기 시작했다. 정치적인 발언에 소극적이며 신중하게만 보이는 결단력에 약점을 보인다. 무색무취하게 보이는 이미지와 신중한 모습에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 후보 1위인 이재명과의 차별성은 분명히 있지만 앞서나갈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성을 내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동인화 현상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 상태를 유지하면 이낙연의 보폭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인 이재명은 광폭 행보를 할 것인데 현재 이낙연의 보폭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듯하다. 이재명 후보가 워낙 검증의 요소가 많아서 반사적 이익은 볼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본인과 관련된 문제로 이재명 후보의 네거티브 공격을 막아야 할 짐도 지고 있다. 당헌을 고쳐 기어이 서울과 부산의 시장선거에 후보를 냈다가 패배한 수장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선거가 이낙연 후보에게는 중도층 이탈과 본인 지지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시장 성 추행으로 발생한 사건에서 당 대표 이낙연은 어정쩡한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당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이재명에게 역전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낙연 후보도 상대의 네거티브 공격을 받을 소지가 많이 있다. 교사인 아내의 위장전입 문제, 기자 시절에 전두환 찬양 칼럼, 농수산물 선물 기준을 10만원으로 상향시킨 김영란법 퇴행 논란, 또 총리 시절 아프리카 순방 때 케냐 교민간담회에서 김정은을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라고 미화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때는 총리도 아니면서 괜히 가서 유가족을 더 마음 아프게 하고 왔다는 비난도 들었다.
총리 시절에는 아이스하키 남북단일 선수단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말로 구설에 올랐다. 친동생의 sm그룹의 취업에 대해서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있고 관급공사 수주액이 늘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야당의 공격이 예상된다.
공직에 근무했던 날이 많았으니 구설도 그에 비례해서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중에는 깔끔하게 정리되거나 해명된 것도 있을 것이다. 남의 흠이 커 보이겠지만 자신의 허물도 함께 돌아보아야 할 듯하다. 이낙연이 이재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