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국립현충원 찾아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 참배
김대중-김영삼 대통령 묘소도 차례로 참배하고 "용기와 직관을 달라"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5일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비대면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기치로 20대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튜브 '이낙연TV'로 생중계된 출마 기자획견에서 이 전 대표는 "청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불공정에 항의하고 있다"며 "불평등을 완화하는 일이 시급하며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그 일을 제가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다"며 "그분들의 좋은 철학은 든든하게 계승하고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출마 선언 뒤에는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과 묘소를 참배했다.
그리고 엄혹한 군사독재시절 이 나라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이끌었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김대중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방명록에 "대통령님,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라고 적었고 김영삼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는 "대통령님, 직관과 결단을 주십시오"라고 썼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의 선거캠프는 '필연 캠프'로 정했다.
'필연 캠프'는 이낙연 후보의 승리를 다짐하는 '필승 이낙연'의 줄임말이자 '이낙연 대통령은 필연이다' '이낙연의 대선 승리는 필연이다' 등의 뜻을 담고 있다고 캠프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음은 이낙연 전 대표의 대통령선거 출마선언문 전문이다.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안녕하십니까?
이낙연이라고 합니다.
저를 모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소개 말씀부터 올리겠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에 신문기자로 일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국회의원, 도지사, 국무총리로
일하고 다시 국회의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코로나는 선전포고 없는 전쟁입니다.
우리는 성실하고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러나, 상처가 깊고 넓어졌습니다.
자영업자들은 허리가 더 휘었습니다.
노동자, 농어민 모두 힘겹습니다.
청년의 취업 문턱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습니다.
안타깝고 송구스럽습니다.
이렇게 힘겨운 국민을 더 따뜻하게 보살펴야 합니다.
그 일을 제가 하겠습니다.
특히 사회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없는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외로운 사람은 더 외로워졌습니다.
청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불공정에 항의합니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 일을 제가 하겠습니다.
“지금은 불안의 시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불안해 합니다.
청년도, 중년도, 노년도 불안합니다.
삶을 위협하는 요소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든 위협으로부터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국가가 보호해 드려야 합니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 일을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코로나 극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의 회복이 멀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이 사진을 기억하실 겁니다.
G7 정상회의의 한 장면입니다.
어느 나라가 코로나에 가장 잘 대처했나는 물음에,
선진국 정상들이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킵니다.
대한민국의 위기극복 능력을 세계가 평가한 겁니다.
우리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협력에
세계가 박수를 보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런 국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우리 민주당의
세 분 대통령을 모셨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습니다.
저는 그분들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정책을 익혔습니다.
그분들의 좋은 철학은 든든하게 계승하고,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해야 합니다.
그 일을 제가 하겠습니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첫째는 신복지입니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이래
복지를 본격 추진해 왔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을 하지 못하는 국민이 계십니다.
우선 그런 국민이 계시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누구나 인간으로서
최저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신복지의 출발입니다.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돌봄, 문화, 환경에서도
최저한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할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2030년까지는 모든 국민이
지금의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발전시켜가겠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충실한
돌봄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아이도 좋고,
부모도 좋고,
청년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 둘째는 중산층 경제입니다.
10년 전에는 우리 국민의
65%가 중산층이었습니다.
지금은 57%로 줄었습니다.
그것을 다시 70%로 늘리겠습니다.
중산층이 두터워야
불평등이 완화됩니다.
사회가 위기에 강해집니다.
중산층이 두터워지려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IT, 바이오, 미래차, AI 같은
첨단기술 분야를 강하게 육성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그린 산업을 활성화시키겠습니다.
지구는 차갑게, 사회는 따뜻하게 만들며
청년들께 보람찬 일을 드리겠습니다.
금수저, 흙수저가 세습되지 않아야 합니다.
계층이동이 더 활발해져야 합니다.
일자리와 세제와 복지가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셋째는 국가의 틀을 바꾸는 헌법개정입니다.
이제 내 삶을 지켜주는 정치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강화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겠습니다.
생명권, 안전권, 주거권을 헌법에 신설해야 합니다.
토지공개념이 명확해져서 불로소득을
부자들이 독점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땅에서 얻은 이익을 좀 더 나누고
사회 불평등을 줄여야 합니다.
헌법에 나오는 행복추구, 균형발전,
국민 주권, 기회균등, 그리고 평등이
창백한 관념에 머물지 말고
생명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힘차게 추진하도록 헌법에
확실한 근거를 두고 싶습니다.
■ 넷째는 연성강국 신외교입니다.
세계는 연성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무력과 영토보다 경제와 문화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연성시대의 강국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와 문화가 뒷받침해줄 것입니다.
그것을 토대로 연성강국 신외교를 펼치겠습니다.
미국의 세계적 투자자는
한반도가 ‘최후 최고의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평화와 통일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한국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외교를 이어가며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겠습니다.
미중 양국은 거대한
고래 같은 존재입니다.
그 사이에 놓인 우리의 외교는
돌고래처럼 지혜롭고
민첩하며 세련돼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적 위상이
G10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에서는
G7의 한 나라를 제쳤습니다.
이제 G5를 꿈꾸며 나아갈 만합니다.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이행해야 합니다.
저는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세계 25개국을 방문해
정상급 지도자들과 회담했습니다.
높아진 국격에 부응하는
외교를 저는 할 수 있습니다.
■ 다섯째는 문화강국의 꿈입니다.
우리는 BTS 보유국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봉준호 보유국에
윤여정 보유국이기도 합니다.
백범 김구선생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은 간섭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창의적이고 더 아름다워집니다.
문화 예술만큼은 철저하게
그분들께 맡겨 놓을 겁니다.
정부는 입은 닫고 지갑만 열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여러분의
선택을 받고자
여러 말씀을 드렸습니다.
여러분께서 저의
충정을 받아주시고
저를 선택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귀한 것이었습니다.
함께 모여 수업을 듣는 교실.
침을 튀기며 토론하는 회사.
친구들과 한잔하는 술집.
그런 당연한 풍경들이
다시 당연해져야 합니다.
이런 노랫말이 있지요.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그렇습니다.
코로나든, 정치든, 경제든, 복지든, 외교든,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아름다운 세상이 됩니다.
우선 그런 날을 앞당기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사람의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