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것 같다. 여론지지율 30%를 넘나드는 지금 시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간간이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원로와 전문가들을 만났고 최근에는 현역 국회의원도 만났다. 후보로 나서기로 작정하기 전까지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왔던 것이 관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리 알려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대선 출마자들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국민 지지율이다. 아무리 대선에 나갈 의사가 있더라도 미미한 지지율로는 감히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윤석렬은 이런 점에서 대선 출마자의 중요한 자격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윤석렬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하게 된 계기는 전직 대통령을 기소하여 단죄를 받게 만든 이른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의 공을 인정받은 결과다. 한때 한직으로 좌천되었던 윤 검사를 서울지검장에 임명하고 이어서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문 대통령은 그를 신임했다고 볼 수 있다. 문 정권은 윤석렬의 한쪽 모습만 본 결과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고 윤석렬은 정권에 대한 충성보다는 국민에 대한 충성을 택했다. 윤석렬의 지지도는 이때부터 상승하기 시작된 것이다. 신적폐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검찰의 편파 수사라는 주장과 정당한 검찰권의 발동이라는 주장으로 나뉘어 졌다. 검찰의 기소는 정파적으로 해석을 달리했고 국민의 다수는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윤석렬은 자신을 임명해준 정권에 의해 박해를 받았고 이로 인해 검찰을 떠나게 되었다. 국민의 환호는 계속되었고 지금은 대통령이 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여당인 민주당 의원중에는 지금의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하고 윤 총장을 압박해왔다. 정무적인 감각은 없다는 윤 총장에게 정무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도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검찰의 과잉수사와 먼지털이식의 집요한 수사를 질타할 때도 윤석렬은 정당한 검찰권의 행사였다고 강변했다. 때로는 국회의원의 고성과 압박에 같은 톤의 고성으로 답변을 하기도 하고 어이없는 질문에는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가져온 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윤석렬이 정무적 감각이 없었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잠자고 있었던 정무감각을 깨워 일으켜 줬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윤석렬이 가진 장점은 애국심. 정의감. 정무감각, 친화력 등 대선 후보가 가져야 할 조건들을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배워야 할 대통령의 기본은 따로 있다. 훌륭한 가수는 목소리만 좋아서는 안 된다. 박자, 리듬감이 있어야 하고 무대 매너도 있어야 한다. 최근에 국정에 참고가 되는 공부를 한다는데 이 문제는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모든 분야를 다 알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별로 권장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이 혼자 다 알고 만기친람할 생각이 아니라면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다. 기본적인 소양을 알려면 굳이 석학을 만나 공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윤석렬의 평소 자세이다. 대체로 검사경력이 긴 사람들은 당당함과 거만함이 혼재된 자세가 눈에 띈다. 윤석렬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덩치가 크니 겸손한 자세를 취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으나 뒷짐을 지고 걷는 모습이라든가 얼굴을 보지 않고 툭 치며 아는 체하는 행위는 대선후보로서는 피해야 할 자세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입당 소식도 있고 공보비서도 임명할 것이라는 말도 있고 몇몇 사람과 통화도 하고 식사도 한다고 하는데 바람직 한 일이다. 그러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소수에 의존하지 말고 두루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할 것이다. 후보를 도와줄 인재는 당 안에도 있고 필요하면 당 밖에서 구할 수도 있다. 일단 입당해서 대선후보군에 오르면 안팎으로 음해하고 공격하는 세력이 많아질 것이다. 여론의 십자포화에 무너진 후보들이 많았던 사례를 인지하고 촘촘한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30%의 확고한 지지가 있으면 30%의 확고한 반대도 있다. 상대편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윤석렬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려고 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친 상대편에 대하여 어떤 전략을 가질 것인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 윤석렬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이 아버지 때문에 불편해할 수 있는 것처럼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검사로서 불편할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윤석렬보다 강한 카리스마가 있던 대통령도 있었고 윤석렬보다 많이 배운 대통령도 있었다. 경험과 경륜에서 윤석렬보다 나은 대통령도 여럿 있었다. 윤석렬이 늘 겸손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의로운 검사가 정의로운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역대 대통령 중에 정의로운 대통령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정의로운 참모들을 쓰고 정의로운 사람에게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윤석렬의 장예찬 정치평론가와의 만남은 보기 좋았다. 용기있는 현역 정치평론가로서 정치 현실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진 젊은 미래의 지도자감이다. 이런 인재를 모으고 미래를 구상하고 현실의 비리와 모순을 타파하는 그런 지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자신의 불이익에 대하여 분노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단순한 이유로 나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윤석렬은 분노와 결단은 보여주었다. 앞으로 보여 줄 것은 국민의 기대를 모아 공정과 법치의 확립에 앞장서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지지 세력이 강하면 반대 세력도 강하다. 지금까지 외형적 모습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윤석렬은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다. 보여주지 못하면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고 그리되면 야권의 후보경선은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윤석렬이 과연 혼돈의 후보경선을 막고 혼돈의 대한민국을 구해낼 수 있을까?
필자/ 이병익
21세기 청년정치연구소장
이한동 국무총리 특보
미래연합 대변인
정치평론가, 칼럼니스트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