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야, 정말 미안해! 많이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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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야, 정말 미안해! 많이 아프지?
  • 심범섭 기자
  • 승인 2007.10.14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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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각의 <달려라 냇물아>(녹색평론사 펴냄) 서평

▲ 심범섭 대표(건대앞 인서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정말 너무나 많은 복을 받은 땅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그 많은 복이 우리의 분수에 넘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가증스러운 마음까지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불행이란 걸 전혀 겪어보지 못하다 보니 사고의 폭이 단순해서 '기상이변'이니 '지구온난화'니 하는 지구환경의 변화와 이변을 감지하는 촉수가 발달하지 못해서 무감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위험이 눈앞에 닥쳐서 나를 위협하지 않고서는 '재앙'이라는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이제 환경에 대한 무지는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우리가 사는 한반도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낙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만을 일삼아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낙원을 지키고 가꾸며 그 복된 낙원이 우리의 자손대대로 이어져 가도록 우리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에는 돈담무심했던 것입니다. 낙원에 대한 복은 사랑과 실천으로 받게 되는 대가임을 몰랐거나 모르는 척 해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일찍이 이런 재앙을 감지하고 예보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머잖아 닥쳐올 환경의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에 경고를 발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마구 파헤치고 뭉개서 피를 흘리고 있는 처참한 현장"으로 달려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자연'에 우리를 대신해서 "자연아 미안해"라고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참회하며 사과문을 작성해서 상처 받은 자연에 위로의 글을 올리는가 하면 꽃과 지렁이와 바위님에게 상을 바치기도 합니다.

'풀꽃세상'은 그들이 만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아직은 단체의 이름이지만…. 온 세상이 갖가지 풀과 그 풀들의 갖가지 꽃과 열매로 풍성하게 꾸며놓은 복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여 외칩니다. 그 아름다운 '풀꽃세상'에서 벌레와 새와 짐승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야 한다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합니다.

그런 다음에 그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와 짐승이 함께 어우러진 '풀꽃세상'에 인간이 들어가서 그들과 어울려 '한 가족'이 되고 '한 마을'이 되어서 '한 세상'을 이루고 살아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가 마구 파헤치고 상처를 내서 시나브로 죽어가던 이 지구가 다시 살아 날 수 있다며 눈물을 펑펑 흘리며 기도하고 애원합니다. 아! 풀꽃같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심범섭 기자는 우리나라 최초 사회과학서점인 인서점 대표이며 현재 서울지역 인문사회과학서점모임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 책 <달려라 냇물아>는 한 환경운동가가 그 환경운동에서 겪어내는 서글프고 슬프고 잔인하고 저주스러운 특별한 이야기를, 그러나 아주 잔잔하게 아주 따듯하게 더구나 일상의 이야기로 녹여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로 하여금 살아왔던 삶에 대한 한없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치부를 통해 '뼈저린 마음의 반성문'을 쓰게 합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여기서 <달려라 냇물아>의 저자 최성각(52)의 쓰디 쓴 반성문도 읽게 될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산과 들과 냇물이 마구 파헤쳐진 처참한 현장에서조차 일꾼들이 각자 따로 놀기 때문에 환경운동이 민초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민초들이 "환경보다 먹고 사는 일이 먼저"라면서 냉담해지는 것을 목도 했을 때 환경운동가로서 "한없이 괴롭고 안타까웠다"고 환경운동 자체의 분열상과 무능과 무지를 가차없이 꾸짖고 있습니다.

원래 소설을 쓰던 작가에서 환경운동가로 개종한 최성각님은 이 책 <달려라 냇물아>에서 "우리가 이대로 가다가는 아주 끝장을 보고야 말 것"이라며, 지독하게 사나운 말로 우리를 꾸짖고 협박하고 달랩니다. 그는 우리가 '무한의 소비로 무한의 즐거움과 무한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방식'인 신자유주의적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닥쳐올 지구환경의 재앙을 모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애지중지하던 자동차와 이혼하고 산촌마을로 들어가 걸어 다니면서 헌 가구를 주어다가 살림을 차리고 또 수리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그는 스스로 욕망 실현에 대한 욕심을 포기함으로써 '자신'과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자연으로 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그 자연에 꼭 의존해야 할 만큼만 자연으로부터 받아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럴 때, 자연은 우리에게 돌아오고, 우리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 하나가 되면서' 함께 되살아 나, 그의 소원대로 우리 모두의 '풀꽃세상'이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닐까.

································································································ 덧붙이는 글 ·························································································· 
심범섭 기자는 우리나라 최초 사회과학서점인 인서점 대표이며 현재 서울지역 인문사회과학서점모임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심범섭 기자 ismb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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