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임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017년 말 열린 청와대 비공식 회의에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중진공 이사장 공모 전에 미리 이 전 의원을 차관급 인사로 낙점한 데는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임 전 실장에게 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는 임 전 실장이 인적 사항 외 모든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3시간 20여분 만에 끝났다.
조사를 마친 임 전 실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이번 정부 임기 3년이 지나도록 이 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건 정치보복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이제는 더 부를 사람도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모든 인사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하고 기소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이건 도를 넘어도 많이 넘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은 검찰이 의심하는 청와대 비공개회의의 실재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건 아니고 검찰이 인사 추천위원회에 앞서 간담회에서 이 전 의원을 내정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임명직 인사에 대해 어떤 사람이 적절할지 인사수석실 주도로 점검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중진공 이사장 자리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 중에 굉장한 자리도 아니어서 구체적 기억은 없다"면서 "다른 임명직 자리와 비교해 특별히 다른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수사는 2020년 9월∼2021년 12월 4차례에 걸친 국민의힘의 고발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이 비공식 회의 이듬해인 2018년 중진공 이사장 자리에 오른 것과 같은 해 그가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가 전무이사로 취업한 게 무관하지 않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당시 서씨는 과거 게임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은 있었으나 항공업계 실무를 맡은 경험이 없어 설립 초기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항공사의 석연치 않은 임원 채용 문제를 두고 안팎에서 잡음이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앞서 조사를 앞두고 전주지검 앞에 모인 취재진 앞에 서서 "전임 정부에 대한 수사를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이 수사는 누가 봐도 지나치고, 누가 봐도 정치적이고, 누가 봐도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께 정중히 요청한다"며 "일부 정치 검사들의 빗나간 충성 경쟁이 어디로 치닫는지 직접 살펴봤으면 한다. 정치보복 수사를 여기서 더 하게 된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고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대역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면 됐다 싶다"고 했다.
송정은 blue1004@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