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부권신공항 로맨스
지금도 왜? 밀양인가... 남부권신공항 입지선정 제고해야
남부권 국제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이 한창일 때 '남부권 국제신공항 왜? 밀양인가!'란 신공항 지침서를 펴냈다. 국제공항 성공 요인 분석과 가덕도와 비교되는 밀양의 입지 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지역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면서 밀양이 선정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난데없는 '김해공항' 확장이다.
남부권 전체를 두고 돈 1조원 차이 때문에 4개 광역시·도민의 염원을 저버렸다. 여기에 대구공항 이전 발표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다. '대구공항' 이전 비용이 7조5000억원, '김해공항' 4조2000억원이면 밀양의 곱이 넘는다. 대한민국에 돈이 남아돌아 사람이 돈다.
부산에서 거세게 투쟁해도 4개 광역시·도는 점잖게 대처하다 절묘한 한수에 당했다. 이제는 대구에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당연한 결과다. 발표 당시부터 예상된 술수라 단정하고 싶다. 조그만 소도시 밀양만 우롱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다시 밀양이다. 위정자들의 착시에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지금도, 왜? 밀양인가! 그 이유를 밝힌다.
전에는 안됐지만 지금은 된다?
어떻게 불가능하다고 했던 '김해공항' 확장이 지금은 가능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발상의 전환'이라고 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년에 걸쳐 검토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상생의 길을 걸어왔던 영남권을 두 동강 내고 말았다.
2014년부터 담당부처에서 검토한 결과를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제시해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음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 이명박(MB) 정부에서 정치적 이유로 무산시켰음을 책에서 밝혔듯이 현 정부에서도 다를 바 없다.
애초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두 지역에서 대책을 세워 추진했지만 김해를 끼워 넣었으면 대책과 대응 방법이 달랐을 것이다. 김해를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찾았을 것이며 대구·경북은 다른 대책을 강구 했을 것임에도 완전히 정부의 기만전술에 영남권 주민은 속았다.
하기야 부산은 반쪽의 성공이고 확장이 완공되면 행정구역이 이제는 김해가 아닌 부산시 강서구이기에 글로벌시대에 대외 지명도를 위해 여론을 앞세워 '김해공항'이 아닌 '부산공항'으로 바뀔 것이다.
김해공항을 확장 하면 대구공항도 이전해야 하는 것은 명약관화했으며 영남권에 두 개의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도 예견한 정치적 계산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발상의 전환으로 가능해 졌다고 하자.
영남권에 두 개의 국제공항이 건설되면 경제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에 발표한 김해공항 이용객 산출은 대구신공항 건설로 다시 검토돼야 한다. 만약에 영천에 건설되면 울산, 경주, 포항의 수요가 대구공항을 이용하게 된다.
두 개의 국제신공항이 건설되므로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양양공항, 무안공항은 허덕이고 있고 예천과 김제공항은 개항도 못하고 있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5조원이면 가능한 국제신공항을 12조원을 퍼붓고도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가 1조 때문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현 정부의 최대의 국책사업은 남부권 국제신공항이다.
'영남권신공항', '동남권신공항' 등 명칭도 변했지만 왜 '남부권신공항' 인가는 호남지방도 밀양에 건설을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광양, 여수, 광주, 전주까지 1시간 30분이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부권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공항이다.
그런데 호남은 차지하고라도 영남권마저 분리했다. 밀양공항은 ADPi보다 훨씬 공신력 있는 세계적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검증을 받은 입지이다.
그런데도 1조원 때문에 백년대계를 망치고 있다.
이미 책에서 설명한 것처럼 국제공항은 승객을 나르는 역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물류 허브공항으로서 인프라 구축을 생각할 때 밀양은 수십조원이 동원되는 사업으로 일자리와 경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사업이다.
부산과 대구는 이미 배후시설이 구비돼 있어 공항만 건설하면 되지만 밀양은 배후시설로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은 '발상의 전환'으로 밀양은 백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효용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대구공항 이전에 따른 유치 지자체에서 인구 1만명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데 밀양공항은 최소 15만 인구의 유입을 예상하고 있다.
부산, 대구는 공항건설만의 사업으로 자체 이동이지만 밀양은 그야말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사업. 각국의 인구를 유입시키고 대형 기업들과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그야말로 국제적인 사업이다.
미국의 얼라이언스공항이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공항을 FedEx가 입지할 것을 발표하자 산업투자가 급속도로 변한 것처럼 밀양은 충분한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조원 때문에 수십조원의 외자 유치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백년대계를 위해 재검토돼야 한다.
호주 캔버라 공항의 교훈을 본다?
입지 선정 발표 한 달을 앞두고 호주에서 십수년을 살다 온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선배의 판단이 적중했다. "대구에서 너무 일찍 포기했다. 전략적으로 부산과 대구에서 동시에 추진했어야 밀양으로 결정된다"는 것으로 호주의 예를 알려 줬다.
발표 후 한 달이 지나 대구 신공항 건설 발표는 결국은 '밀양국제신공항'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수도인 멜버른과 최대 도시인 시드니는 신공항 건설로 40년을 넘게 유치전을 펼치며 반목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러다 모 국회의원의 제의로 중간 지점인 허허벌판 캔버라에 건설하자는 중재안이 타결돼 캔버라에 공항을 건설하고 신도시를 비롯한 배후지역 개발로 수도까지 이전하는 대역사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현재 창원시의 도시계획이 캔버라를 모델로 하고 있음도 국회의원 한 사람의 아이디어였다. 맞는 얘기다. 이제 밀양이다.
대구공항이 공항부지 개발로 인한 수익금으로 이전비용을 충당하는 '기부 대 양여' 맞바꾸기 방식이라지만 초기비용을 감당하려면 부산과 대구의 공항 건설비용 10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5조원이면 대박나는 국제적 사업을 7조원의 국력을 낭비하면서 집안 잔치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권은 아무 말이 없다. 호주의 교훈을 새겼는지 속전속결로 추진한단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밀양공항은 로맨스요, 영남권 두 개의 공항은 불륜으로 핌피(PIMPY)의 전형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전 정부의 무산은 정치적이고, 현 정부의 결정은 기발한 묘수(?)인가.
부산과 대구가 결정됐으니 밀양은 그야말로 닭 쫒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결정된 만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두 개의 공항을 건설하는데 예산 편성이 시작되면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다.
늦기 전에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호주의 캔버라공항을 주장했던 국회의원처럼 우리도 그런 국회의원들이 나와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제발 국가를 위해서 정부는 남부권신공항 입지 선정을 재고해 주기를 감히 제의한다.
☞ 손명석= 신공항정경포럼 상임대표, ㈜삼보로지스 회장, ㈜풀무이엔씨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