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치 평론가들의 새누리당 공천 비판을 비판한다
이병익(정치평론가이자 칼럼리스트)
19대 국회가 사상최악의 국회라고 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현역의원의 공천배제에 대해서 이렇게 온정적인 논거를 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제시한 공천 컷오프의 조건은 크게 3가지이다. 당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 새누리당 절대우세지역에서의 다선의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은 사람으로 귀결된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당 공관위에서 결정하고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있다. 즉 이한구 위원장이 조자룡 헌 칼 쓰듯이 맘대로 할 수 없는 구조다.
평론가 중에는 새누리당을 전혀 지지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당을 걱정하고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걱정해주고 있다. 공천을 이한구 공관위원장 체제로 지금처럼 하면 새누리당이 필패이고 대통령의 레임덕이 올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고 있다. 새누리당은 보수정당이고 보수의 가치에 맞지 않으면 내쫓아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더민주의 공천방식을 따를 이유도 없고 참고할 필요도 없는데 왜 이들은 공천원칙을 침 튀기면서 말 할까?
새누리당만 전략 공천하는 것도 아니고 도하 각 당에서 전략 공천을 하는데 유독 새누리당에 대해서만 혹독하게 비판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친박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천탈락을 시키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친이계나 친 김무성계도 공천을 확정 받았고 또 최고위원들 모두가 경선으로 공천을 받기로 되어있다. 친박중에도 공천탈락한 사람들도 있다. 당헌당규에도 없는 이한구식 공천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성토하기도 한다.
더민주를 한번 보자. 더민주의 당헌당규에 친노세력을 공천 배제하라는 말이 어디에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적 판단과 총선승리를 위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친노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과감한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당내비판이 당연히 따르는 수순이고 당사자의 반발도 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누리당도 낙천자의 반발이 심하고 무소속출마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자들도 있다. 여, 야를 막론하고 공천으로 인해 총선을 앞두고 조용히 넘어가는 해가 있었던가?
공천방식에 여론조사 1등만을 공천하라면 공천심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이재오나 주호영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한다고 공천을 준다면 새누리당 현역의원들 90%이상이 재공천을 받아야 할 것이다. 현역의원들이 제일 선호하는 국민경선이라는 제도의 헛점이 여기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 야 모두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전략공천을 통해서 국회의원 물갈이를 시도 하는 것이다. 이들 평론가들중에 지금의 새누리당 공천이 역대최악의 보복공천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새누리당의 보복공천은 지난 18대의 친박계 학살로 일컬어지는 친이계의 공천이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공천방식은 원칙이 있는 공천인 것이다.
경선방식의 공천이 더 많고 컷오프의 비율은 오히려 더민주보다 적은 것이 필자의 불만이다. 새로운 인재가 영입되면 전부 친박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도 불만스럽다. 친이가 아니면 모두 친박이라는 등식은 도대체 누가 정의하는지 궁금하다.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나왔든지 원외당협위원장이 공천을 받으면 모두 친박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공정 공천이라고 덧씌우기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당의 공천은 공천심사를 하는 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맞고 공천은 각 당의 상황이나 형편에 맞게 진행되는 것이다. 공천이 잘되었는지 못되었는지는 총선의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고 그 전까지는 공천심사위의 결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 야를 막론하고 당의 주류가 공천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고 공천관리위원회의 구성도 주류와 비주류를 배분하고 일반인들을 위원에 넣어서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공관위의 결정사항에 과도한 간섭이나 우려는 정치평론가의 몫이 아니라고 본다. 정치평론가는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는 있으나 일방의 편을 든다면 공정성을 잃은 진영논리를 대변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