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민주주의 큰 별 YS, 국민 속에 잠들다

김영삼 대통령 눈물의 영결식... "대통령님은 국민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2015-11-26     석희열 기자·김소연 기자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김소연 기자] "민주주의는 피의 강을 건너 죽음의 산을 넘어 쟁취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육성 연설 중)

지난 22일 88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사랑하는 가족과 동지, 자신을 따르던 수많은 국민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희로애락이 없는 하늘 나라로 떠났다.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1만여 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조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장엄하게 열렸다. 장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고인은 태극 모양의 영정 속에서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 

군악대의 조악 '장송행진곡' 연주로 시작해 고인을 기리는 묵념과 △정종섭(행정자치부 장관) 장의집행위원장의 약력보고 △황교안(국무총리) 장례위원장의 조사 △김수한(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 등의 순으로 1시간20분 동안 의식이 이어졌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하늘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축복하듯 흰눈이 흩날렸다.

그리움에 우는 유족들... 손명순 여사, 남편의 생전 영상 보며 흐느껴
    

영결식장에서 집에서,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은 큰 슬픔으로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우리는 오늘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산이셨던 김영삼 전 대통령님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와 있다"며 "우리 국민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오신 대통령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수한 "어찌 홀로 홀연히 떠나시렵니까" 울먹

고인의 평생 정치적 동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김영삼 대통령님은 한길, 한결 같은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섬겨왔던 진정한 문민 정치 지도자였다"고 추억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대통령님, 그렇게 사랑하던 조국, 그렇게 사랑하던 국민, 그렇게 사랑하던 동지와 가족을 남겨두고 어떻게 홀로 홀연히 가셨습니까"라며 울먹였고, 목소리는 가늘게 흔들렸다. 

김 전 의장은 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겨울공화국 치하에서 조국땅, 역사의 현장을 지키며 생명을 던져 처절하게 저항하는 대통령님의 모습은 모든 민주세력들에게 무한한 감동과 용기의 원천이 되었다"며 "참으로 참으로 수고하셨고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추모했다.

또한 YS의 '정치적 아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언론에 배포한 추도사를 통해 "민주화의 큰 별이셨고, 위대한 개혁의 아이콘이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이제 김영삼 대통령님의 육체는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가지만 '통합과 화합의 가르침'을 주셨던 그 분의 영혼이 담긴 목소리는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큰 뜻을 기렸다.

김 대표는 정치적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추도사 내내 김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고 애타게 부르며 "영원히 존경합니다. 영원히 사랑합니다"라고 했고 영결식장에서 헌화하면서도 김 전 대통령의 영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할 것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79년 10월 4일(당시 제1야당인 신민당 총재) 헌정 사상 첫 의원직 제명을 당한 뒤 박정희 유신정권을 향해 던진 말이다. 김영삼 제명 사건은 유신 종말의 전주곡이었다. 제명 사건 3주 만인 그해 10월 26일 유신정권은 결국 무너졌다.

이처럼 우리 현대사에 큰 빛을 남긴 김 전 대통령은 '김영삼'이라는 이름 석자를 남기고 우리 곁을 훌훌 떠났다. 그러나 그는 추억 속에서, 또 국민들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다.

조악 속에 종교 의식 진행... 안식과 극락왕생 빌어

추도사가 끝나자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인사들이 종교 의식을 진행하며 차례로 김 전 대통령의 넋을 달랬다. 

기독교 김장환 수원 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는 찬송가가 불려지는 가운데 고별의식을 진행했다. 김 목사는 고인의 안식과 평안을 기원하는 기도와 축도를 올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화암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고 반야심경을 염불하면서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한국천주교 인천교구장 최기산 신부는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없는 하늘나라로 이끌어 영원한 안식을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또 원불교는 황도국 교무가 집전하며 해탈천도를 축원하는 천도의식을 고인의 마지막 길에 바쳤다. 

종교 의식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살아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5분에 걸쳐 상영되면서 영결식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싸워 마침내 30년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고 1993년 2월 25일 영결식 장소인 바로 이 자리에서 열린 14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 장면이 나오자 유족들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엉엉 소리내어 울먹이는 소리도 들렸다.

사회를 본 김동건 아나운서는 "격동의 대한민국 정치사를 이끈 김영삼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김무성, 회한이 사무치는 듯 한동안 영정에서 눈 못 떼

다음으로 고인을 애도하는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손명순 여사와 아들 현철씨 등 유족과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권양숙 여사(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고인의 영전에 차례로 국화꽃을 바치고 분향 묵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건강을 이유로 영결식에 불참했다.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 각 정당 대표 등의 헌화 분향이 잇따랐다.

주한외교단장 대리 엔그웨이 엠담보 콩고민주공화국 대사와 4개 나라(바레인·일본·스리랑카·카타르) 해외 조문사절의 조문도 이어졌다.

헌화 묵념이 진행되는 동안 국방부 3군 조악대의 헌화곡 '인연' '오제의 죽음' '망향' '떠나가는 배' 등이 잇따라 연주됐다.

이어 한 마리 학처럼 고고하고 청초한 삶을 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추억하고 추모하는 추모공연이 펼쳐졌다.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와  어린이·청년·성인 세대화합 중창단과 국립합창단,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함께 부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청산에 살리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부르며 고난의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위로를 받았던 곡으로 김연준 한양대 전 이사장이 작곡/작사했다.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통합과 화합' 강조 

파란만장했지만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병마에 쓰러진 뒤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세상에 남겼다. 평생을 군사독재와 싸우며 국민과 함께해온 그의 기상이 잘 드러나 있다.

YS, '김영삼' 이름 석자 남기고 하늘나라로 훨훨~ 국민 속에 잠들다

3군 조총대의 조총 발사로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운구 행렬은 오후 3시20분께 국회를 떠나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 전 대통령 사저로 향했다.

상도동 사저에 운구 행렬이 도착하면 손명순 여사와 가족들은 차에서 내려 40여 년 고난과 행복을 함께하며 추억이 어려 있는 정원과  거실, 식당 등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운구 행렬은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거쳐 오후 4시20분께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해 안장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