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칼럼] 새정치, 윤리기강 확립해 리더십 높여야
자기분열·탈당후 출마 막으려면 '윤리심판원' 구성 시급하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회 교수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웹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단비칼럼 54'의 전문을 미래연의 동의를 얻어 데일리중앙에 싣는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이다. 필자인 김인회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미래연 원장직을 맡고 있다.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냈다 - 편집자 주 |
지속가능 국가·조직의 공통점- 포용적 시스템과 중앙집권 시스템 갖춰야
성공한 국가와 조직은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인종이나 지리, 자원은 아니다. 선진국 중에는 서양도 있지만 일본이나 우리와 같은 동양도 있다. 자원 강국이 선진국이 될 가능성은 높지만 자원이 빈곤한 국가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는 일본보다 훨씬 자원이 풍부하지만 선진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전통이나 역사도 해답은 아니다. 기독교적 전통과 유교적 전통은 별로 공통점이 없다.
아직까지 모두가 동의하는 답은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흥미있는 분석이 있다.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그것이 ‘시스템’이라고 본다. 좋은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성공하고 좋지 않은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은 두 개로 구성된다고 본다. ‘포용적 시스템’과 ‘중앙집권 시스템’이다.
급변 현대사회 포용 시스템 필수... 평화·안전 위해선 중앙집권 시스템
포용적 시스템의 필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포용적 시스템이 없다면 어떤 국가도, 조직도 생존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는 기존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해석하거나 변혁할 수 없다. 그만큼 복잡하고 빨리 변화한다. 현대 사회는 새로운 철학, 새로운 정책, 새로운 세력에 목말라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현대 사회에 필요한 포용적인 정치 및 경제시스템이 무엇이고 어떻게 포용적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에 국가와 정당, 조직은 답해야 한다.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분권, 균형 발전, 공정 경쟁, 분권형 정당 등은 이러한 포용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다.
포용적 시스템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것이 중앙집권 시스템이다. 최근 분권형 사회, 분권형 조직이 주목받으면서 중앙집권 시스템에 대해 거부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중앙집권 시스템은 모든 국가와 조직에서 필수적이다.
중앙집권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국가 발전에 필수적인 평화와 안전, 예측 가능성과 안정을 부여한다. 중앙집권 시스템은 국가차원의 분열을 막는 핵심적인 시스템이다. 극단적인 분열인 내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중앙집권 시스템에서 나온다.
그리고 중앙집권 시스템은 토호세력, 혹은 부족장들에 의한 전횡을 막는다. 현재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부족들 사이의 내전으로 발전은커녕 퇴보하고 있다. 누구도 중앙집권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만들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은 중앙집권 시스템이 없으면 항상적 갈등상태, 분열상태에 빠진다.
국가가 내전상태를 벗어났다면 국가는 국민, 시민에게 안전과 예측가능성을 주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공권력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사법제도이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 재산과 명예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이럴 때에만 개인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개인의 창의성을 살려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에도 뛰어 들 수 있다. 포용적 정치체제와 포용적 경제체제는 사법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가는 '사법제도'로, 조직은 '윤리기강 통제'로 리더십 확보
국가의 중앙집권 시스템이 사법제도로 나타난다면, 조직의 중앙집권 시스템은 윤리기강의 문제로 나타난다. 국가에 비하여 통제가 미약할 수밖에 없는 조직은 자발성에 기초하여 통일성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통일성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윤리통제, 기강통제이다.
포용적 시스템과 윤리기강통제는 정당에 더욱 필요하다. 정당은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정권 획득은 매우 어렵다. 야당에게는 더욱 그렇다. 특히 한국 야당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는 이론이 있을 정도로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한국의 야당이 보다 많은 계층과 계급, 사람을 품에 안기 위한 포용적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시도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주는 과감한 행보는 포용적 리더십을 만들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은 일시적인 시도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그런데 포용적 시스템이 정착되면 될수록 원심력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심력이 커지면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하지만 정당의 목표가 흐려진다. 정당의 리더십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이러한 원심력의 확대에 걸맞게 구심력을 확보해 주는 것이 바로 윤리통제이다. 당헌과 당규, 당론과 당명에 따라야 하는 당원의 의무를 준수하게 하는 힘은 윤리통제에서 나온다. 윤리통제는 윤리기강을 확립하여 당의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통일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힘이다.
정당이 '봉숭아학당' 안되려면 '윤리심판원' 구성 절실하다
새정치연합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바쁜 의원들의 봉숭아 학당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윤리기강 확립이 필요하다.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보다 당대표에 대한 견제가 많은 정당을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천정배, 정동영 전의원의 탈당사태도 멀리는 윤리기강 해이에서 비롯된 일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8일 윤리심판원을 설치할 것을 당헌에 규정했다. 포용적인 정당을 만드는 만큼 윤리기강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윤리심판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윤리규범에서 말하는 윤리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기구이다. 구성도 외부인사가 50% 이상이 되도록 하여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윤리심판원의 중요성에 비추어 인선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다. 우리 사회의 이상한 정치혐오증으로 지식인들이 정당에 관여하기를 싫어하는 것도 잘 알려져진 사실이다. 윤리심판원장으로 사회 원로가 되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원로의 가능성이 없다면 실무형으로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까지 새정치연합은 윤리기강의 문제를 제대로 처리해 본 적이 없다. 이로 인한 당력 소모도 심각하고 당원과 시민의 실망도 높다. 무엇보다 윤리기강 확립을 통한 리더십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 윤리심판원의 과감하고도 신속한 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