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79% "IMF 때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

2008-10-27     데일리중앙 기자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기업 300여 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경영 여건에 대해 기업들의 78.9%는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42.5%)하거나 '더 어렵다'(36.4%)고 밝혔다. 경영 여건이 더 나아졌다는 응답은 21.1%에 불과했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85.5%가 'IMF 외환위기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답해 대기업(58.8%)보다 고통의 정도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부문별로는 내수부문(81.2%)이 수출부문(69.2%)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업들이 경제 여건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내수침체 등 경기침체 지속'(54.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유동성 악화 등 자금조달 애로'(20.4%)와 '영업 이익 감소 등 실적 악화'(19.4%) 등의 순이었다.

반대로 IMF 시절보다 여건이 낫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부채 비율 등 기업 건전성 개선'(37.9%), '시장다각화 등 경영실적 지속'(36.2%) 등을 주요 이유로 답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투자'와 '채용'에 대해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까지 투자계획을 바꾸지 않았다'는 응답이 63.9%, '채용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는 의견은 81.0%에 이르렀다. 투자 축소 또는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27.8%, 오히려 확대 또는 확대 검토 기업도 7.5%나 됐다.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 규모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응답기업의 43.9%가 '환율 상승으로 손실을 입었다'고 했고, '수출 호조 등 이익이 발생했다'고 답한 기업은 14.8%에 그쳤다.

특히 '식품'(59.1%), '석유화학'(52.6%), '기계'(52.0%)업종은 손실 발생 기업이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실을 입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피해 규모를 따져보니 매출액 대비 평균 11.1%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경기침체, 유동성 및 경영 실적 악화 등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환율 및 금리 안정,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금융 규제 완화 등 금융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의 조속한 시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