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은 신이 들어가고 싶은 직장"

이석현 의원 국감서 질타... "억, 억 소리에 국민들은 악에 받힌다"

2008-10-24     김주미 기자

민주당 이석현 의원(경기 안양 동안갑)은 24일 임직원들의 고액 연봉으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산업은행 등 일부 금융 공기업에 대해 "과도한 임금으로 '신의 직장'을 넘어선 '신이 들어가고 싶은 직장'으로 불린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주요 금융기업 기관장(은행장)의 연봉을 일일이 거론하며 "은행들의 방만한 경영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밝힌 주요 은행장의 연봉(성과급 포함)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장이 16억2000만원 ▲신한지주 회장 15억9000만원 ▲하나지주 회장 15억원 ▲신한은행장 14억1000만원 등을 받는다.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어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의 연봉도 만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장 2억4180만원 ▲부원장 및 감사 2억2500여 만원 ▲부원장보와 전문위원 1억8000여 만원 ▲직원(평균) 8800여 만원 등이다.

과도한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은행장들은 '자구책'이라는 이름으로 연봉의 10-20%를 삭감한다고 하지만 십억대의 연봉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석현 의원은 "그러다보니, 우리 국민들은 '억', '억'소리를 들으며, '약'이 오르고, '악'에 받히게 되는 것"이라고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더욱이 은행장들은 막대한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살아나 해당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도 없는 이중삼중의 재산을 갖고 있어 나라가 망해도 이들은 망하지 않는다는 비아냥까지 나올 지경이다.

은행들은 또 해마다 점포수와 직원을 늘리는 등 지나치게 몸집을 불려온 것으로 지적됐다.

이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 은행들의 총 점포 수는 5660개였으나, 2008년 6월 말 현재 7485개로 4년 새 1825개(32.24%)의 점포가 새로 생긴 것으로 집계됐다. 임직원 수도 8만2736명에서 9만7697명(18.08%)으로 불어났다.

따라서 은행들이 지금처럼 행장 연봉 삭감 등의 형식적인 대안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점 통폐합과 같은 강도높은 자구책을 만들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 의원은 "현 위기 상황을 초래한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확실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부실 경영을 초래한 은행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추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