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우선하라

이병익(정치평론가 이자 칼럼리스트)

2014-03-08     이병익 기자

이산가족 당사자가 아닌 일반국민들은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당사자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는 인도적으로 남북이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랄 것이고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산가족의 숙원을 풀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다만 희망과 기대 섞인 요청일 뿐이지 당사자들만큼 절실하고 간절하지 않을 것이다.

6.25 전쟁으로 인하여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채 63년이 흘렀다. 당시 40세의 장년이었다면 세상을 떠나셨을 것이고 20세의 청년이었더라도 83세의 노인으로 변해있을 시간이다. 현재 파악된 이산가족의 수는 7만 5천여 명이고 2003년 이후부터 이산가족을 둔 국민이 3800여 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제 이들 이산가족이 재회를 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들의 부모형제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며 북에 남겨진 형제, 자매가 있고 일부 고령자의 자식들이 있을 뿐이다.

이산가족 상봉의 역사는 최초 상봉이 이루어진 1985년 이전 부터 진행이 되어 왔다. 1971년 대한적십자사가 '1천만 이산가족찾기 운동'을 위한 회담을 북한에 제의했고 북한이 수락하여 그해 8월 20일 중립국 감독위원회에서 첫 회담이 실시되었다. 그 후 본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회담을 25차례에 걸쳐 진행하여 주소 및 생사확인, 서신거래문제 등 5개항의 본회담 의제를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은 정치적인 문제를 걸어 공전을 거듭하다가 중단되고 말았다.

1985년에 들어서야 최초 고향방문이 이루어졌다. 고향방문단 50명과 예술공연단 50명이 서울과 평양을 동시에 오가며 이산가족 상봉과 교차공연을 함으로써 이산가족 상봉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 후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2000년 8월 15일부터 1차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으로 지난 2월 25일까지 19차 상봉이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의 이산가족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으나 북한은 이산가족 파악에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리나라처럼 전산화가 잘 이루어지지도 않아서 실제로 파악하는 데만 시일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또 이산가족임을 숨겨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북한의 사정으로 볼 때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어서 지금까지도 남한에 가족이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방북한 국민 중에는 북한의 가족이 상봉을 거부해서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정부와 북한정권이 이산가족의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순수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해결해야한다. 이들에게 남과 북으로 헤어진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피눈물을 흘리면서 재회의 기대로 살아온 어르신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그저 무사히 살아만 있어 달라고 소망했던 어르신들의 소원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북한당국은 남측 이산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문제를 금강산 관광재개와 연계해서 해결하려는 입장을 접고 순수하게 이산가족의 상봉문제에만 초점을 맞춰서 해결의지를 보이는 것이 앞으로 남북경협을 비롯한 북한의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과거의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산가족의 상봉문제를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지 않고 경제적인 이득을 위한 지렛대로 삼는다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손실의 피해자는 북한이 될 것이다. 이산가족 또한 피해자가 될 것이므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이산가족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적대감을 심어줄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의 자리로 금강산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측 ‘자유의 집’이나 북한 측 ‘통일각’에서도 상시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호 편리하게 매일 100명씩 상봉을 할 수 있다면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소원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상봉의 비용은 현재는 대한적십자사에서 부담하고 있으나 인원이 많아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면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할 수도 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최선을 다한다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익이 분명히 늘어날 것이다. 북한정권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의 눈이 따스해질 것이고 이것은 북한에 대한 더 많은 지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 북한관광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이 증대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북한 인민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교류의 획기적인 기반이 될 것이고 북한은 경제적인 이득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사업은 인도적인 사업으로 북한은 국제적으로 이미지 제고를 노려 볼 수 있고 경제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는 이석이조의 확실한 정치, 경제적 출구전략이다. 또한 북한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에 대하여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하여 여, 야의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내 놓기는 하지만 인도주의 정신은 보이지 않고 정치적인 타협만을 강조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며칠 전 이산가족 상봉 직후 '남북관계의 올바른 방향 제시를 위한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기 위해서 금강산관광을 우선 재개하라고 말하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발언이나 상호비방과 적대적 군사행위를 중단을 우선하라고 하는 고유환 교수 같은 사람도 있었다. 북한에 대해서 인도주의에 입각해서 무조건 이산가족 상봉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의원이 주최한 간담회라서 주장들이 우리정부의 양보만을 말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산가족의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는 데 대해서 평가할만하다. 여기에서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산가족 선정방식에 있어서 추첨을 통한 방식을 고령자 위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산가족 상봉 시 북한 가족에 대한 일정금액 송금을 하자는 발언도 했는데 일부 공감할 수 있었다.

이산가족들이 자유로 왕래할 수 있는 특구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지금의 금강산지역은 출입이 번거롭고 숙박과 편의시설이 고급스러워 위화감이 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휴전선과 가까운 지역을 개발해서 이산가족 상봉의 시설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북한의 개성부근이나 우리나라의 연천부근이면 편리하게 오갈 수 있을 것도 같다. 한번 만나고 다시 못 보는 이산가족 상봉이 아니라 1년에 서너 차례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상봉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분들, 북한의 가족들과 상봉을 한 후에 다시 못 볼 것으로 생각되어 포기해버린 분들에게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면 삶의 기쁨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기다려온 분들에게 보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은 이산가족의 재회문제를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의 상위개념에 올려놓아야 한다. 인도주의를 무시하고 정치적, 경제적인 주판을 먼저 튕기며 계산을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사람의 도리를 무시했다고 탓하는 것은 잠시 접어두겠으니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과 북한당국은 사람의 도리에 충실하기 바란다.

(이병익 정치평론가, 흥남철수작전 기념사업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