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한미FTA 국회 행... 민주당, 대통령 면담 거절

이 대통령, 국회 방문도 밀어붙이기?... 야4당, 12일째 국회 외통위 점거농성

2011-11-11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11일 국회를 전격 방문한다.

여야가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장기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여야 지도부를 직접 만나 국익을 위해 협조해달라고 간곡하게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새로운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여야의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이후 국회를 방문한 것은 취임식을 포함해 두 차례. 그것도 모두 공식 행사 참석을 위한 것이었을 뿐 스스로 여의도 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한미FTA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야당이 만나지 않겠다는데도 특유의 집념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은 (한미FTA 비준을 위해) 할 수 있는 그 어떤 일이라도 할 마음의 자세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의 의회 비준을 위해 반대 의원 그룹을 직접 면담하는 등 다양한 설득 노력을 보인 사례를 연상시킨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날 저녁 청와대로부터 대통령의 국회 방문 뜻을 전달받은 김진표 원내대표는 "새로운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 방문하는 것은 FTA 여야 타협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방문할 때가 아니다"라며 방문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필요하면 우리가 청와대를 방문하겠다"고 민주당 지도부의 뜻을 전달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11일 아침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런데 오늘 일방적으로 대통령이 방문하겠다고 사실상 언론을 통해 통보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여야 간의 협의 등 사전조율을 통해 이뤄져야함에도 일방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정치도의도 아니고 여야간 원만한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의) 일방적 방문은 그야말로 밀어붙이기 명분 쌓기로 보이고 사실상 한나라당에 단독처리를 지시하는 효과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FTA 비준안 처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MB 방문에 야당 대표들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청와대에 요청할 것이고 민주당 지도부가 청와대를 방문할 것
이다. 오늘은 대통령께서 여야간 사전 조율이 있기까지 방문하지 말아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여야 의원들에게 한-미FTA 협조 서한을 발송하는 등 대화와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한-미FTA의 조속한 처리 협조 부탁을 위해 오늘 국회를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부디 민주당도 국민과 국가를 위한 대화와 소통을 위한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4당 의원들은 한미FTA 국회 비준 저지를 위해 열이틀째 국회 외통위 전체 회의실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