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피디수첩' 제작진의 승리와 일부 유감
이병익(데일리중앙 객원 칼럼니스트이자 정치평론가)
지난 2일 MBC <PD수첩>의 광우병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제작진의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보도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재판은 40개월을 끌어온 것이다. 이 재판의 결과를 두고 진보언론과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던 진보세력들은 재판에서 승리했다고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실제적인 진실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의 일부가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있는 사안을 보도했으며, 보도 내용이 피해자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즉 보도 내용의 일부는 허위사실을 표현한 것이 맞지만 정운천 전 장관의 명예와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조 PD 등은 지난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보도했으며, 이 보도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을 수정하는 계기가 됐다. 이 보도에 대해 원심은 "다우너 소, 아레사 빈슨, MM형 유전자 관련 보도 등 일부 내용이 과장됐으나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즉, 1심내용은 일부 내용이 과장 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뜻)
2심은 "일부 내용에서 허위 사실이 인정된다"며 다우너 소와 아레사 빈슨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에 대한 보도, 한국인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더 걸리기 쉽다는 내용의 보도를 허위로 인정했다. 다만 2심도 고의성이 없다며 무죄를 유지했다. (즉, 2심은 일부내용 허위사실이 인정됨, 그러나 고의성 없음)
3심(대법원)재판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검역중단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 '의견 표명'이었다고 판결했다. 또 정부가 수입 위생조건을 졸속으로 개정했다는 보도 역시 '의견 표명'이지, '사실적 주장'이 아니므로 정정보도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가 주장한 '과학적 증거' 만으로는 광우병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며 "한국인의 94%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보도 역시 단정적 보도였다"고 지적했다. (즉, 피디수첩의 보도내용은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 의견표명이므로 정정보도 필요없음. 단 한국인 94%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보도는 단정적 보도이고 허위성이 있음)
3심은 "PD수첩은 일부 잘못된 광우병 보도내용에 대해 정정·반론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부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결말을 두고 PD수첩의 조능호 PD는 판결 후 "21세기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열한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을 시작한 검사들을 영원히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고, 송일준 PD는 "이 사건이 시작할 당시부터 '사필귀정'이라는 단어를 믿었다"며 "아무리 세상이 잘못 돌아간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바른 길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PD는 명예훼손사건에 무죄를 받은 것에 승리했다는 도취감이 드는 듯하다.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 법원이 판결한 과장 보도에 대해서 최소한 사과를 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박한 생각이 들었다.
피디수첩의 보도로 인하여 검역이 까다로워졌고 위생에 신경을 더 쓰게 된 것은 방송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우리가 안전성이 확보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