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2억원 건넸지만 대가성·뒷거래 없어"

기자회견 열어 입장 밝혀... "박명기 교수 어려움 외면할 수 없어 지원"

2011-08-28     김주미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가성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28일 오후 서울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 관련해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줬다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와의 후보단일화는 민주진보진영의 중재와 박명기 교수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대가에 관한 어떠한 약속도 없었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6.2 지방선거 당시 민주진보진영에서는 곽 교육감과 박 교수 등 다섯 명이 경선에 참여해 겨뤘다. 박 교수와 곽 교육감은 5월 19일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박 교수는 "시민사회 원로와의 숙의 끝에 대승적 차원의 용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곽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적으로 시민사회 원로들의 중재와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한 박명기 후보의 결단에 따른 것이었다"며 "후보 단일화를 위한 어떠한 뒷거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명기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서 선의의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박명기 교수가 자신의 경제적 형편과 사정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졌고 이 때 생긴 부채로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태이며 자살까지도 생각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가 처한 상황은 결코 미뤄둘 수 없는 급박한 것으로 느꼈으며, 같은 미래를 꿈꾸며 교육운동의 길을 계속 걸어온 박 교수의 상황을 모른 척 할 수만은 없었다"고 돈을 건넨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총 2억원의 돈을 박명기 교수에게 지원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정말 선의에 입각한 돈이었다. 그렇지만 드러나게 지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기에 선거와는 전혀 무관한 저와 가장 친한 친구를 통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은 저의 전인격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이며 저로서는 최선의 조치였다"며 "이것이 범죄인지 아닌지, 부당한지 아닌지, 부끄러운 일인지 아닌지는 사법당국과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검찰의 수사 태도에 대해 서운함과 불만을 나타냈다.

곽 교육감은 "저는 교육감으로 당선된 때부터 지금까지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늘 권력의 감시와 언론의 주시 속에서 살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사분별을 게을리할 것이며 법위반을 할 수 있겠냐"고 항변했다.

곽 교육감은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된 표적수사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곽노현 교육감 쪽으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이날 박명기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