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핵심기술 유출에도 쉬쉬하며 내부 종결?

항우연 위성운영 담당자, 위성 암호키 민간기업과 무단 공유... 경찰 내사 중 과기부 국가핵심기술 무단반출에 중징계 요청했으나 항우연은 사실상 거부? 누리호 보안과제 SNS에 유출에도 항우연은 내부 종결 지시? 최형두 의원 "국가핵심기술 유출에도 쉬쉬... 항우연 국가연구기관 맞나" 항우연 "위성 암호키 유출한 적 없다. 다만 비밀취급위반 사항이 있었을 뿐"

2024-10-15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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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국가핵심기술 외부 유출에도 쉬쉬하고 있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15일 "과기부와 우주항공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항우연은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국가핵심기술 및 보안과제가 유출됐음에도 내부 종결을 지시하고 과기부의 중징계 요청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항우연 위성운영 책임자가 '저궤도 위성 암호키'를 민간 기업에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암호키는 인공위성 시동을 위한 비밀키로 핵심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 국정원은 유출된 컴퓨터를 회수했고 현재 경찰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항우연 직원들이 국가핵심기술인 '발사체 연구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사건이 적발됐다. 민간 기업 이직 예정자들이 내부 시스템에 보관된 연구자료를 과도하게 열람하고 저장, 출력한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항우연 내부 관계자가 과기부에 신고하며 조사가 시작됐다.

과기부는 관련 연구자들의 PC를 포렌식했고 이들이 내부 보안 규정을 위반하고 PC에 부착된 대용량 저장 매체를 무단 반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심각성을 고려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 결과 이직 예정자들은 몇 달 전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이직할 회사 내 조직 구성안과 업무 분담을 논의했고 과기부 감사 이후 자택 PC를 포맷하는 등 증거 인멸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부는 이를 '국가핵심기술 무단 반출 및 중요 보안규정 위반'으로 판정하고 지난 5월 항우연에 중징계를 요청했으나 항우연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우연 보안 사고는 이 두 건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4월 '누리호 보안과제가 SNS에 유출됐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항우연 내부 조사 결과 보안과제에 참여한 협력업체 직원이 '누리호 부품'을 무단 촬영해 SNS에 게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형두 의원은 "이는 명백한 국가기술 보안 유출로 항우연 규정상 즉각 과기부에 보고하고 조치해야 했으나 항우연은 내부 종결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유출 사고를 인정하면서도 핵심 부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고를 회피했다는 것.

이처럼 지난 1년 동안 항우연에서만 세 차례의 '국가핵심기술 관련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궤도 위성 암호키', '한국형 발사체 연구자료', '누리호 보안과제'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기술과 보안과제들이 유출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항우연의 대처는 매우 안일했다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누리호 부품 사진 유출 사건은 규정만 지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2022년 '누리호 고도화 사업'을 계기로 항우연과 국정원이 보안과제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 대해 보안체계 구축을 시도했으나 비용 문제를 놓고 업체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사건 발생 당시 누리호 엔진 조립 현장에 출입하는 민간업체 직원은 누구나 자신의 핸드폰으로 부품 및 조립 공정을 촬영할 수 있을 만큼 보안체계가 허술했다고 한다.

한국형 발사체 연구자료 무단 반출도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이직 예정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발사체 관련 중요 자료'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며칠씩 무단 반출하거나 미인가 외부 저장장치에 담아 연구원 외부로 들고 나갔다. 

'국가핵심기술'이자 '보안과제'로 지정된 연구자료를 왜 승인도 받지 않고 반출했냐는 과기부 감사에 이직 예정자들은 '연구 관행'이라며 발뺌했고 일부는 묵묵부답으로 소명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과기부는 검찰에 사건 수사를 의뢰하고 항우연에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항우연은 '연구 관행'과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이유로 해당 처분 요구를 징계위원회에서 부결시켰다. 

최 의원은 그러나 "검찰의 '무혐의'는 이직 예정자들이 누리호 발사체 관련 연구자료를 이직할 기업에 넘긴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음을 의미할 뿐 국가 핵심기술과 관련된 연구자료 무단 반출 등 항우연 내부 보안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보안규정을 어겨도 책임지지 않는 항우연 내부의 조직 문화는 결국 '저궤도 위성 암호키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또 반복된 보안 유출 사고에도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며 항우연 내부의 보안 의식은 해이해졌고 위성 운영 담당자가 '저궤도 위성 암호키'를 민간 기업과 무단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최 의원은 항우연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보안 유출 사고는 명백한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으로 규정했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이유 중 하나도 기술 유출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수많은 보도를 통해 중국 기업의 '한국 첨단기술 빼돌리기'가 이슈로 부각된 터에 항우연의 무사태평한 대처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관계자들은 "항우연의 조직 문화나 분위기를 볼 때 위 사건들 외에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기술 유출 사고'가 있을 수 있다"며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요청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형두 의원은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범죄"라며 "국회가 나서 보안규정 강화 및 유출 사고 예방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통해 국가안보와 산업안보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오는 17일 국회 과방위의 항우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적극 해명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먼저 '저궤도 위성 암호키'가 민간기업에 유출된 적이 없다. 거기에 국정원이 컴퓨터를 회수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런 일 없었다. 위성 암호키가 유출된 적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유사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엿다.

이 관계자는 "위성 운영하는 저희 직원이 항우연 원내에서 반출할 때 신고를 해야 되는데 신고를 안 하고 나간 일이 있었다. 일종의 비밀 취급 절차 위반 사항이 있어 징계위원회가 열린 적은 있지만 위성 시동키(암호키)를 외부 업체에 유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자가 그렇다면 그 직원은 왜 신고도 안 하고 밖으로 나갔다고 했는지 묻자 항우연 관계자는 "그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고 절차 위반이 있었다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다. 아무튼 비밀을 갖고 나간 것도 사적인 걸로 갖고 나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절차 위반"이라고 했다.

현재 이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올해 4월 '누리호 보안과제 SNS 유출' 관련해 "저희 협력업체 직원이 국가 핵심 기술이 아닌 일반 부품을 SNS에 그냥 올렸던 거다. 보안성이 없는 일반 부품을 올렸는데 저희가 알자마자 바로 삭제했고 관련해서 보안 교육을 다시 실시하는 등 보안 조치 사항을 다 진행을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과기부의 징계 요구를 거부했다는데 그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이 났고 과기부에서 징계하라고 저희 쪽에 내려온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저희는 절차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현재 진행 중인 상항"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최형두 의원실은 과기부와 우주항공청을 통해 크로스 체크를 한 상황이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형두 의원은 오는 17일 국회 과방위의 항우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따져 물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