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서울 대학가에서 GDP 부작용 청구서 퍼포먼스 펼쳐
한국의 GDP는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국민 정신 건강은 더욱 피폐해져 한국의 청년들 "GDP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라" 20·30대 청년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10명 중 9명 "GDP 대안지표 필요" "GDP는 결코 최선의 경제지표될 수 없다"... 대안으로 '웰빙예산제' 제시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라며 청년들이 거대한 청구서를 내밀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청년의 날(매년 9월 세 번째 토요일)을 앞둔 1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에서 GDP 맹신의 부작용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청년 액티비스트들은 불타는 지구의 모습이 구현된 너비 4미터, 높이 3미터 규모의 LED 전광판 앞에서 너비 1.8미터, 길이 5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청구서를 들어 보였다.
퍼포먼스 참가자들은 길게 늘어뜨려진 청구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GDP만을 경제·사회 진보의 주요 척도로 삼으면서 삶의 질과 행복, 복지, 기후 등의 중요한 가치들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외쳤다.
GDP 부작용 청구서 안에는 '▲세대간 기후 불평등 가속화 ▲폭염으로 인한 전기 요금 부담 폭증 ▲행복지수 OECD 최하위권' 등 우리 사회가 GDP라는 지표에만 집중하면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가치들이 기록됐다.
뜨겁게 끌어오는 지구 영상을 배경으로 불에 타 그을린 흔적이 남은 GDP 부작용 청구서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해 청년의 미래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많은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사회가 GDP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양적 성장에 집중한 동안 오히려 국민의 정신 건강은 더욱 피폐해졌음을 상기시켰다.
1990년부터 약 30년간 한국의 실질 GDP는 4배 넘게 늘어난 반면 비슷한 기간 국민 자살률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한국의 자살률은 1988년에는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으나 2020년 OECD 평균의 2배에 달했고 지금까지 최상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기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번 퍼포먼스에 참여한 김규리씨는 "양적 팽창 우선주의로 인해 노동의 가치는 떨어지고 생계를 위한 경쟁만이 남았다. 게다가 개발이란 명목하에 지구의 자원은 끝없이 사용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팽창 논리는 인류가 지켜온 중요한 가치들을 소외시키고 청년을 포함한 현대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그린피스는 지난 8월 5일부터 9월 4일까지 한 달간 716명의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현재 한국의 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한 청년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기후위기 및 경제성장 관련 설문조사다.
조사 결과 20·30대 청년들은 미래의 기후위기 영향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으며 기후위기 및 경제 정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상당히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하는 기후위기와 생태계파괴 등 환경 문제가 10년 내 삶의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거의 대부분인 93%가 그렇다고 답했다(그런 편이다+매우 그렇다).
또 '현재 정부가 청년과 아동 등 젊은 세대들의 기후 피해를 고려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80.59%가 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은 편이다)고 응답했다.
GDP 대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GDP를 대체하는 지표 개발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56.15%가 '그런 편이다', 34.22%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 지출의 우선순위를 국민 정신건강이나 환경 보존 등으로 하는 웰빙 예산제 도입에 대해서도 51.96%가 '동의하는 편이다', 36.87%가 '매우 동의한다'고 밝혔다.
만약 웰빙 예산제를 실시한다면 어떤 분야에 예산이 우선 투입돼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환경(47.80%), 사회복지 (32.23%),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17.92%) 순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지속가능 경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신민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GDP라는 지표는 환경파괴나 가사 노동 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뚜렷하다"며 "기후위기 문제가 인류의 생존 마저 위협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볼 때 GDP는 결코 최선의 경제지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캠페이너는 "정부가 GDP 대안으로 마련한 국민 삶의 질 지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면서 "기후·생태위기와 청년 삶의 질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안지표를 전면 재수립하고 이를 실제 정부 예산 수립에 반영하는 뉴질랜드의 웰빙예산제와 같은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웰빙 예산제란 정부 예산 수립에 있어서 경제성장 만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닌 국민 삶의 질, 정신 건강, 환경 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예산을 분배하는 정책을 말한다. 뉴질랜드 정부가 지난 2019년 현대 국가 중 처음으로 국가의 공식 예산을 웰빙 예산으로 명명했다.
한편 오는 9월 22일부터 23일까지 뉴욕에서 열리는 UN 미래정상회의의 공식 의제 가운데 GDP를 대체하는 대안 지표를 만드는 안건(Beyond GDP)이 공식 의제로 제안된 만큼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국내외에서 보다 확장될 전망이다.
그린피스는 지속가능 경제 캠페인을 통해 앞으로도 성장 중독 사회에서 벗어나 지구와 사람을 돌보는 새로운 사회 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