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의 의미와 기대
이병익(칼럼니스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역대 대통령선거 사상 최소 득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전체 유권자의 48.56%인 16,394,815표를 얻었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얻은 47.83%를 0.73% 차이로 앞서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표 차이는 247,077표에 불과했다. 선거 방송 내내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았다. 서울대 볍대 출신의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역대 대통령 역사에 새 장을 열게 될 것 같다. 서울 법대 출신의 인사들이 대통령선거에 여러 번 출마하였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예비 후보나 경선 후보를 제외하고 대선에 출마한 서울대 법대 출신은 박찬종 변호사가 있었고, 이회창 전 총재가 있었고,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가 있었고, 필자가 존경했고 오랜 기간 모셨던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있었다.
또 윤 당선자는 국회의원을 한 번도 거치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최규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헌정사에서 특별한 경우이니 제외한다면 민주 정부에서는 입법부 경력이 없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유일한 경우다.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3개월 후에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대선후보로 나서서 당내경선을 거치고 대통령 후보가 되고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과정이 매우 드라마틱하다. 작년 3월 4일에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9일에 선거를 하고 10일에 대통령 당선확정 되었으니 1년 남짓에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파격 승진을 한 셈이다. 그 기간은 윤석열 후보에게는 10년 같은 1년이었을 것이다.
대통령 당선의 뒤에는 야권단일화가 힘을 발휘했다. 직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40%를 약간 상회한 정도였고 이재명 후보도 40%대 지지율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7~8%를 유지하고 있던 때였으니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은 후보 단일화였다. 지지자의 70%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했다. 단순계산으로 단일화만 되면 50%는 쉽게 넘길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있어 근소하게 대권을 쥐게 되었다고 본다. 안 후보의 지지표가 분산되었다고 보지만 조금 더 윤석열 후보에게로 이동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일화의 반작용으로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이 결속하고 적극적인 투표 활동을 벌인 것이 주효해서 박빙의 상태로 갔다고 본다. 단일화가 없었다면 당선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추정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정책이나 통치방식을 거부할 것으로 본다. 검찰총장으로 재임 시 그의 행동반경을 제약하려는 갖은 행위를 불공정이라 규정하고 불공정에 저항했던 경험이 있어 새 정부에서는 법치와 공정을 표방할 것이다. 그가 여러 차례 공약에서 밝혔듯이 불공정 행위는 법으로, 시스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현 정권에서 불거진 내로남불 이라든지 편 가르기 같은 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그가 검찰총장 시절에 경험했던 각종 부조리와 불공정과 적폐수사에 대한 방해 등을 보면서 검찰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다.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한 남용은 있어서 안 될 것이고 검찰 내에 감사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국민의 인권보호와 정치검찰에 대한 감사가 이루어져야 검찰의 공정과 중립이 지켜질 것으로 본다. 윤석열 당선인은 당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통합을 말하고 소통을 말했다. 지금의 의지를 임기 다하는 날까지 지켜주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구체적이고 화려한 수사로 포부와 희망을 밝혔으나 하나도 지킨 게 없을 정도로 철저히 국민을 무시했다. 통합과 공존을 말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를 남기겠다고 하면서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과 격의없는 대화를 하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없애고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잘못한 것은 잘 못 했다고 하고 지역, 계층,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될 것이고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공정한 대통령, 따뜻하고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거창하게 말했었다. 사상 최고의 대통령 취임사로 기억한다.
임기의 끝이 되도록 문 대통령이 스스로 한 말을 지켰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든 것은 확실하다. 윤석열 당선자에게는 수사는 필요치 않다. 차라리 약속은 줄이고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