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분당 수순밟나... 심상정 비대위 총사퇴

심 "설 기간 거취 고민하겠다"... 노회찬·단병호 의원과 공동보조 취할 듯

2008-02-04     김주미 기자

민주노동당이 창당 8년 만에 파국을 맞고 있다. 대선 참패 뒤 당의 진로와 혁신안을 놓고 치열한 정파 논쟁을 벌이던 자주파와 평등파가 끝내 갈라설 운명과 맞닥뜨린 것이다.

심상정 비상대책위 대표는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대표직 사퇴와 비대위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심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보낸 최후통첩을 겸허하게 받아 안아 믿음직한 진보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라는 국민과 당원의 기대와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물러나는 데 대해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3일 서울에서 열린 임시 당대회에서 비대위가 마련한 당 혁신안을 채택하고자 했으나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의 거부로 좌절됐다.

이와 관련해 심 대표는 "당을 살릴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대의원 동지들이 국민들에게 민노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길을 선택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낸 뒤 "어제 당대회를 통해 많은 국민과 당원이 확인한 것은 민주노동당 내의 낡은 질서가 여전히 강력하게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들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에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과 절망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의 진솔한 노력은 진보정치 발전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는다"며 "혁신안은 비록 부결되었지만 우리가 가려는 혁신의 길, 믿음직한 진보정당의 길은 오히려 더욱 또렷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국민들 생활 속에 푸른진보를 실현하는 믿음직한 진보정치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탈당 등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설 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4월 총선 지역구 출마 여부도 고민 내용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 해체와 심 대표의 사퇴로 천영세 최고위원이 당헌에 따라 민주노동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그러나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지도부 공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