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한국정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반드시 저지해야"
반감기 수천년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 다수 함유.. 137만톤 방류 시 동해 오염 불가피 국민 건강, 어업에 치명타 우려... 한국정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 청구해야
[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에게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반드시 저지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그동안 논란이 돼 온 후쿠시마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오는 27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확정되면 2022년부터 약 137만톤의 방사성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로 쏟아내게 된다.
그린피스는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탄소-14, 스트론튬-90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핵종이 정화되지 않은 채 방류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인접국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결정은 명백한 국제해양법 위반이므로 한국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방류 결정 잠정조치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 년간 축적돼 먹거리에서부터 인체 세포조직에까지 방사능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 8월 오염수 내에 '탄소-14'라는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했다. 탄소-14는 반감기가 5370년인 고위험 핵종으로서 생물에 쉽게 축적된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2차 처리로 방사성 물질 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중수소와 탄소-14는 각각 물과 탄소 분자에 결합해 빠르게 치환되기 때문에 정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그린피스는 반박했다.
그린핀스 관계자는 "탄소-14는 흡입 시 폐를 통해 빠르게 체내 조직으로 유입된다"며 "프랑스 원자력안전방사선방호연구소(IRSN)는 탄소-14가 인체와 동물의 세포 조직과 반응해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킨다고 밝힌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스트론튬-90과 세슘은 오랜 기간 해저 토양물에 침전돼 어류, 해조류 등 해양 생태계를 장기간 피폭할 수 있다. 갑상샘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요오드129의 반감기는 무려 1570만년이다. 현재 이 모든 방사성 물질이 오염수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오염수 방류 시 물, 공기, 토양 생태계를 통해 이 물질은 빠르고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10년 간 후쿠시마 현지 조사를 통해 제염이 불가능한 방사성 물질이 태풍, 지하수, 바람 등 외부 환경에 따라 계속 확산되고 재오염되는 사실을 알렸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바다가 방사성 물질 저장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위험한 수준의 탄소-14가 오염수에 함유된 사실을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 시민과 한국·중국 등 이웃 국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 핵종들이 바다에 방류되면 수중의 다른 방사성 핵종들과 함께 접촉 생물의 유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수천 년 동안 바다에 큰 위험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가나자와, 후쿠시마, 히로사키 대학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직후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했을 때 세슘을 함유한 오염수는 일본 해안 해류를 타고 동중국해까지 이동한 뒤 구로시오 해류와 쓰시마 난류를 타고 동해로 유입됐다. 오염수가 동해까지 닿는 데 1년이 걸렸고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오염도가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방사능 오염 수치는 최고치에 이르렀다. 동해의 2015~2016년 세슘 137 농도는 m3당 3.4Bq(베크렐)을 기록해 사고 전(m3당 1.5Bq)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탓에 국내 어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오염수 해양 방류는 한국 민생 경제를 위협할 것이다. 특히 어업 종사자의 생계에 치명적이다"라며 "더 나은 기술로 오염수를 처리하며 장기 저장하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 없는 한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염수 방류로 수산업이 궤멸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는 일본 어업계는 약 43만명의 방류 반대 서명을 받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한국 어업계도 방사능 우려로 수입 제한 조치를 당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지난해에 그린피스는 '2019 후쿠시마 오염수 위기'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계획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에 한국에선 14개 이상의 정부 부처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강경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특별 대응팀이 설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거둔 성과는 알려진 바가 없다.
던컨 커리 국제해양법 전문 변호사는 "한국은 해양 환경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가처분 형태)를 즉각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잠정조치는 한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일본 정부의 결정이 실행되지 않게 요구할 수 있고 다른 나라의 참여가 가능해 국제공조
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지난 2001년 영국의 핵연료제조공장 가동에 대한 아일랜드의 잠정조치 청구를 인정하고 강제 명령을 내린 판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