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기문은 보수를 대표하는 후보 자격 없다

이병익(정치평론가 겸 칼럼리스트)

2017-01-21     이병익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어느 편과 손을 잡고 대선에 임할 지 현재의 행보를 보면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층을 잡고 갈 것인지 진보층을 잡고 갈 것인지 중도층의 표심에 의존 할 것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혹시 보수, 진보 중도 어느 편도 놓지 않고 함께 가려는 전략인지 헷갈린다. 진보층은 이미 문재인 더 민주당 전 대표가 최고의 지지율을 유지한 채 버티고 있고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있고 중도층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에 진보에 가까운 안희정 충남지사도 있다. 보수층을 대표하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보수층은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지리멸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세를 갖고 있고 40%대는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반기문 전 총장은 왜 보수쪽에 자리 잡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보일까...위축된 보수층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인다면 그는 보수층이 원하는 대통령후보가 될 수 있음에도 그는 선택을 미루고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이 나중에 보수후보가 되더라도 등을 돌리는 보수층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반 총장의 우유부단한 성격의 단면을 보게 되는 보수층은 결코 반 총장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후보와 1대1의 대결이라면 보수층은 반기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만 중도후보와의 3자대결이면 반 총장은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을 때는 반 총장은 귀국 후에 새누리당의 후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거의 100%였다. 대통령이 미국과 또 U.N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에 대한 깍듯한 예우와 잦은 만남은 보수층이 볼 때는 후보가 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해했다.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지금은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으나 정치적 의리를 보여주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라고 믿는다.

반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긴 시간 독대와 바른정당에서 환영하는 것으로 볼 때 그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지만 지금의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결코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충정지역 출신 현역 국회의원이 동반 탈당하여 반기문 총장과 바른정당으로 이동한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격하게 분노할 것 같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양자대결이 아닌 4자 대결이나 5자 대결의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반기문 후보는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선거는 보수층에서 이기기 힘든 선거라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소신있고 보수층을 대표할만한 후보라면 비록 선거에 진다고 하더라도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반기문 후보는 보수를 대표하는 후보도 될 수 없고 충청을 대표하는 후보도 될 수 없다면 불명예만 안고 쓸쓸히 돌아서게 될 것이다. 그는 국립묘지를 참배하기 전에 귀국보고를 당당하게 대통령에게 했어야 했고 보수층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었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는 대통령 감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보수층에는 실망과 좌절감을 주었고 진보층은 그의 행동에 대해서 속으로 환호하고 있을 것이다. 탄핵 후 조기 대선이 있다고 해도 5월이나 6월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사이에 야당후보에 대한 변수가 크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독선적인 대통령 후보는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이며 진보적 이미지의 온화한 대통령 후보가 야당의 주자가 되어 선거판을 흔들게 될 것으로 본다. 제 3지대의 후보도 선전하게 될 것이고 결국은 보수진영은 안타깝지만 출중한 후보가 없어서 대선 잔치를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반기문 전 총장은 촛불집회에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반기문 대선후보를 보는 보수층의 사람들의 심정은 분통이 터질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