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치권은 거국내각을 받아들이라
이병익(정치평론가이자 칼럼리스트)
민심이 정말 무섭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초반대로 밀렸고 정당지지율에서는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밀렸다. 대선후보 지지율도 문재인 전 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앞섰다.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 내린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는 새누리당을 분열시키고 야당에 대한 반사이익을 주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여, 야의 치열한 대립구도가 제3지대의 출범을 이끌어냈고 제3당인 국민의당에 대한 관심도 상승시켰다.
거국내각과 책임총리제가 정국의 이슈로 부상하고 여, 야는 유리한 셈법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각 정당은 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철회하고 대선 때까지 정부를 이끌어 나갈 실질적인 힘을 가진 총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당성향의 인물은 안 된다는 공감대는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거국내각을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받아들임으로써 거국내각은 실현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는 실질적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주장을 새로 내 놓았다. 문재인은 5단계 요구를 제시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헤 대통령의 석고대죄, 총리에게 전권이양, 국회가 총리 지명, 총리가 각료지명, 새 내각구성 후 국정이양 실행할 것 등이다.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유력대권주자인 문재인의 지나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지지율 높은 문재인 전 대표가 마치 대통령이 다 된 듯 오만한 제안이라고 본다. 민심이 문재인 전 대표를 언제까지 지지율 1위로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반드시 역풍이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거국내각이 구성되는 것이 현 정국을 타개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주장하고 새누리당이 동의한 거국내각을 실현하기를 바란다.
새누리당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구분없이 새누리당의 해체수준의 혁신을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정국파행의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라면 조신하게 처신할 듯도 한데 내부분열의 신호탄이 올랐다. 대권을 바라는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 남경필, 원희룡등 5명의 정치거물들이 당 지도부의 퇴진과 재창당수준을 요구했다. 비박계 3선 이상의 중진 21명도 동참했다. 이제 새누리당은 내홍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에 불만을 가진 당내 반 박근혜 세력은 친박의원을 몰아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새누리당은 이제 재창당이 아니라 분당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기대선주자를 놓고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차기대권을 노리는 지지율 낮은 주자들의 몸부림으로 봐줄 수는 있지만 시기가 매우 미묘하다. 어차피 정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면 연정의 파트너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누리당의 분화는 중도정당의 태동에 구심력이 될 수도 있다. 4당 혹은 5당 체제도 새로운 정치질서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민주당도 일사분란한 친문재인 정당으로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가 가능한 정치체제라면 연립정부도 충분히 가상할 수 있다. 대통령제의 폐해는 박근혜 정부로 막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국민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다수의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제도하에서 정당의 역량을 보여 주는 것이 바람직한 정치제도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