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이정현, 이주영, 정병국, 주호영, 한선교의 MBC <100분 토론>이 있었다.
흥미는 별로 없었지만 토론을 통해서 후보자들의 경선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언론에서는 3명의 친박과 2명의 비박계로 분류하지만 필자가 냉정하게 보자면 1명의 친박과 4명의 비박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와 온전히 같은 행보를 하는 사람을 친박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박으로 분류한다면 필자의 분류가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때는 모두가 친박으로 분류되기를 바랐겠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친박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은 부류들도 있다. 토론의 시작부터 친박이나 아니냐를 갖고 공방이 있었지만 딱 부러지게 친박이라고 말하는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들의 미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왜 이들의 행보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과 친소관계에 따라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고 불리 울 때가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공천이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공천실패와 당지도부의 무능이 겹쳐서 새누리당은 총선참패를 한 것이다. 공천관리위원회와 당지도부는 심각한 내홍을 보이면서 서로 불신하면서 대립한 결과였다. 그래서 김무성 대표체제는 붕괴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작동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대표최고위원 경선이다. 김무성과 서청원으로 대표되는 양대 세력의 핵심은 물러앉고 정치적으로 비중이 한 급 아래인 후보들이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누가 당 대표가 되어도 두 거물의 영향력은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대통령의 가신출신으로 문민정부때 총무비서관으로 그 후로 친이명박계로 이명박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냈으며 한 번도 친박이었던 적이 없었던 정병국 후보는 김무성 대표의 영향아래에 있고 박근혜 대표시절 비서실장역과 현 정부의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거친 이정현 후보는 한 번도 박근혜 대통령을 떠난 적이 없는 친박후보이고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내는 동안 세월호 사건을 당하여 수습에 나섰던 이주영 후보는 친박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한선교 후보는 원조친박으로 분류하지만 이미 친박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고 친박진영에서도 친박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특보를 지내기는 했지만 공천 탈락 후 스스로 비박이라고 말하는 주호영 후보는 이명박 정부때에 흔적으로 보면 친이계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전남출신 친박의 이정현, 경남출신 비박의 이주영, 경기출신 친김무성의 정병국, 경기출신 비박의 한선교, 경북출신 비박의 주호영 후보로 분류할 수 있다. 오늘의 토론에서는 사회자가 진행을 잘하였고 이정현 후보와 정병국 후보의 토론성적이 제일 나았다고 본다. 이들은 확실한 칼라를 보이고 있고 토론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판사출신의 이주영 후보는 의외로 말하는 솜씨가 없어 토론에 부적합한 모습이 보이고 한선교, 주호영 후보는 평범하게 보였다.
이번 선거는 결국은 친박과 구 친이계 (김무성계)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의 김무성과 서청원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 거물은 전당대회를 측면지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의원들을 불러서 식사정치를 하기도 하고 김무성 대표는 소록도 방문을 하면서 세과시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이는 대선주자의 행보는 세 과시와 당대표 선거를 측면 지원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런 행보가 당 대표 선거가 끝난 후에 서로 승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화합전당대회가 되어야 할 터인데 불신이 깊어진다면 화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변방으로 보였던 호남지역 출신 당 대표를 배출할 것이지 초선 때부터 개혁만을 부르짖던 5선의 소장파출신이 당대표가 될 것인지 관심이 간다. 친 박근혜와 친 김무성의 대리전 양상으로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새로이 당대표가 되는 사람은 대표가 되자마자 고민스러운 짐들을 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안으로는 당의 화합에 신경이 쓰일 것이고 밖으로는 야당과의 전선이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야당을 상대로 안정적인 정국을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당정관계가 매끄럽지 못할 소지도 충분히 존재한다. 대통령 임기 말의 당정관계에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비난에 직면하게 되고 정권재창출에 적신호가 올 것이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